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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일제고사와 입학사정관제 - 이성원

이성원(문화교육부장)

얼마 전 음악공연을 관람하고 오신 장모님은 "북치는 사람이 매우 잘 하더라"고 하시면서 "저런 사람들은 아이 때 부모가 못하게 말리면 가출한다는 말을 이해할 것 같다"고 하셨다.

 

아이들은 타고 난 대로 키워야 한다는 뜻인 것 같았다. 공연장 분위기의 여운이 아직 남아서 하신 말씀인지, 자식 키우는데 참고하라고 사위에게 들려주신 말씀인지는 분명치 않다.

 

필자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요즘 우리 교육계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두 가지 문제를 떠올려 봤다. 일제고사와 입학사정관제다.

 

요즘은 많이 변했지만, 우리 사회는 그동안 학교의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선과 악을 구분하는 2분법이 뚜렷했다. 학교 공부를 잘하면 '최고'고,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잡다한(?) 것들을 잘하면 "부모님 속 깨나 썩였겠네"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해마다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어야 했던 어려운 시절에 보릿고개가 따로 없는 봉급쟁이는 모두의 꿈이었고, 봉급쟁이가 되기 위해서는 머리에 먹물이 들어야 했다. 단순하고 직업도 많지 않은 사회에서 먹물은 거의 유일한 신분상승의 통로였다.

 

이제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직업은 끊임없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그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가장 경쟁력있다는 말이 나온다. 재질의 특성을 잘 살려야 훌륭한 예술품이 탄생하듯, 아이들도 소질을 재대로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현장은 세상의 변화와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요즘 일제고사 논란이 그렇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내세우는 반대 이유는 '성적만을 중시하는 한줄세우기'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학교성적을 제외한 비교과 부분의 뚜렷한 평가기준이 없다.

 

그러나 교육적 목적의 성적평가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평가없는 교육은 없다. 그런데도 엉뚱하게(?) 일제고사 논란을 벌이는 것은 '시험'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성적공개' 를 둘러싸고 서로의 의도를 의심하는데서 생긴 것이라는 생각에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는 요즘 입학사정관제도를 부쩍 추켜들고 나선다. 대학입시가 한줄 세우기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준비도없고 기준도 없이 서두르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토양과 온·습도가 맞지 않아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는 씨앗을 찾아서 발아시키고, 단 한그루라도 제대로 키워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입학사정관제는 '몇 명'이라는 양적인 경쟁에 매달리다보니 기존의 특별전형, 특기자전형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제고사가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고, 입학사정관제가 성공을 거두려면 학교의 풍토부터 바뀌어야 한다. 공부를 원하는 아이들은 날을 새워 공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라.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는 음악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모두가 공부해야 한다거나, 모두가 그림을 그려야 한다거나, 모두가 음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리자.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재주가 있고 몫이 있고 운명이 있다.

 

/이성원(문화교육부장)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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