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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그림자 살인

경성의 '셜록 홈스' 살인범 찾을까…퓨전으로 버무린 추리극…스릴러에 코믹·액션 등장 다양한 볼거리

어린 시절부터 탐정소설에 빠져 살았다. 셜록 홈스 시리즈 전집을 쌓아 놓고 읽으며 같이 사건을 해결했고, 괴도 뤼팽에게는 마음을 모두 뺏겨버렸다. 어쩌면 007 시리즈를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제임스 본드의 팬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다.

 

유독 심한 추리물과의 사랑이었지만 학창시절 추리 소설 한번 안 읽어 본 사람 있을까. 만화나 영화, 드라마까지 '스릴러'라는 장르는 참 매력적이다. 보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걸 알면서도 가슴 두근거리고, 결과를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사실 한 사건, 한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남는 아쉬움도 한 몫을 했고, 두근거림을 즐기는 사람들의 변태적인 성향(?)도 스릴러 물이 인기 있을 수 있는 이유다.

 

촬영 당시 '공중곡예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던 영화 '그림자 살인'이 개봉했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퓨전 추리극. 미리 공개됐던 스토리와 배우들이 좋아 먼저 마음이 갔던 영화다. 그 옛날 셜록 홈스와 괴도 뤼팽처럼 마음을 설레게 해줄 수 있을지 궁금함이 앞선다.

 

일제시대, 세도가의 자제인 민수현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다. 방안에 남은 것은 새빨간 피와 백색가루, 기묘한 형상의 '카라쿠리' 인형이다. 아들을 찾기 위해 그의 아버지는 고액의 현상금을 걸고, 욕심만 앞선 순사부장 영달(오달수)은 민수현을 찾는데 앞장선다. 한편, 해부실습을 위해 우연히 주워온 시체가 민수현임을 알게 된 의학도 광수(류덕환)는 누명을 쓸 위기에 처하자 사설 탐정 진호(황정민)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민수현이 사라진 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곡예단. 그리고 이어진 경무국장 살인사건은 사건의 실마리를 주기 시작한다.

 

타이틀에 들어간 '퓨전'이란 단어 때문인지 '그림자 살인'을 보고 있으면 참 많은 영화들이 스쳐 지나간다. 시대적 배경은 '원스 어폰 어 타임'을 떠올리게 만들고 진호를 돕는 여류발명가이자 과학자인 순덕(엄지원)은 007 영화에 항상 등장하던 발명가 Q를 생각나게 한다.권력에 눈이 먼 순사부장 영달은 '살인의 추억' 송강호 이미지와도 비슷하다. 서로 도우며 아이디어를 나누는 진호와 광수의 관계에서는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의 모습을 찾을 수도 있다. 2005년 개봉 했던 추리극 '혈의 누'도 같은 장르여서인지 떠오른다. 그렇다고 잡다하게 볶아 만들어낸 3류 영화는 절대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배경이 돼 한국 작품들과 오버랩 되는 것이지 오히려 이 영화는 서양 영화와 비슷한 맥락을 하고 있다. 세련되게 다듬어진 추격신과 이야기 곳곳에 심어 놓은 장치들이 대변해주는 부분.

 

무엇보다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은 것은 스릴러와 웃음을 적절이 잘 섞었다는 것이다. 자칫 심각하고 복잡해야 할 추리물이 코믹함으로 인해 무너져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웃음은 추리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고,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끝날 듯 끝날 듯 하면서 계속되는 긴장감 속에 결과를 너무 빤히 보여주는 이해 못할 실수도 있고, 이야기를 늘어지게 만드는 순덕역의 엄지원의 연기는 실망스런 부분도 있다. 너무 많은 액세서리로 옷을 죽인 느낌. 이 분위기로 영화의 속편이 제작된다면 그때는 부족함 없이 박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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