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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기로에 선 정동영의 선택은 - 김원용

김원용(정치부장)

남의 집 잔칫상에 밤놓아라 감놓아라는 격이 아닌지 모르겠다. 정동영 전 장관의 민주당 공천 배제를 두고 다시 한마디 거든다면 말이다. 기왕 꺼낸 김에 그래도 상관을 해야겠다. 본란을 빌어 정 전 장관의 출마 모양새가 잘못됐다고 비판한 기자의 '원죄'도 있고, 지역 정치권의 최대 이슈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 전 장관의 미국발 출마선언에 대한 기자의 비판에 대해, 모양새가 무슨 그리 대수며 집권당 대선 후보까지 지낸 분을 어찌 그리 야박스럽게 몰아칠 수 있느냐는 따가운 지적도 받았다. 그러나 지금도 기자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주의는 절차가 생명이며, 정 전 장관의 출마선언 과정에 분명 흠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지금의 상황에서 지난 이야기를 굳이 꺼내들 이유는 없다. 공천 배제만으로 정 전 장관은 그 값을 톡톡히 치른 셈이다.

 

사실 정 전 장관이 전주 덕진에서 출마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의리를 버리고 지역구를 옮긴 것도 아니며, 대선 패배가 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명분이 걸린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4.29 재보궐선거가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고 MB악법을 막아낼 힘 있는 야당이 되느냐 못되느냐가 판가름 나는 선거이고, 민주당의 전국정당화에 정 전 장관의 전주 출마가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공천 배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공천 배제 이유로는 좀 옹색하고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번 국회의원 재선거만 따지고 볼 때 전주 2곳과 영남쪽 2곳은 사실상 결과가 읽히며, 수도권 1곳의 승패 역시 정 전 장관의 출마 여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의 덕진 출마가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에 어떤 걸림돌이 되는지 이해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공천에 따른 당 내분을 우려하는 소리도 있지만, 공천 배제 후 민주당은 더욱 시끄러워진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민주당의 설명과 상관없이 정 전 장관을 아끼는 쪽에서는 왜 좀 더 여유를 갖고 기다리지 못하는 지에 안타까움이 있었다. 1년도 채 기다리지 못하고 당에서 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급하게 국회에 입성하려는 데 대한 실망감이다. 국회의원 1자리로 만족한다면 모르지만, 더 큰 인물로 쓰임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정치가 흔들리고 정치 때문에 국민이 고달플 때 꼭 필요한 정치인으로 그가 당당히 국민 앞에 서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 전 장관의 결단만 남았다. 불출마냐 무소속 출마냐다. 지금까지는 무소속 출마쪽에 무게가 두어진다. 그러나 기자는 불출마쪽이었으면 바람이다. 누구 좋아라고가 아니다. 정 전 장관은 출마 선언만으로 그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아니 당을 흔들 만큼의 위력을 과시했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음도 보여줬다.

 

그런 정 전 장관이 자신으로 인해 더이상 당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그 자신 통큰 정치인으로 남을 수 있다. 당을 위해 또한번 자신을 버렸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다. 당은 그에게 빚을 지는 셈이다. 무소속 출마에 따른 정치권 전반의 혼란한 상황은 생각하기 싫다.

 

선택은 정 전 장관의 몫이지만, 선택에 따른 결과는 두고두고 정치사에 남을 것 같다.

 

/김원용(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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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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