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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에 답하지 않는 MBC다큐 '자체발광'

여기 뭔가를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무슨 생각 하느냐고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이 "뚫어뻥으로 63빌딩 외벽을 오를 수 있을까?"였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아니 도대체 왜?"라고 되묻는다면 그 사람은 한 가지 이유밖에 대지 못할 것이다. "그냥 궁금하니까!"

 

시청자들의 황당무계한 호기심을 풀어보는 MBC 예능 다큐멘터리 '자체발광'이 조용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10회까지 평균 시청률은 6-7% 안팎이다. 목요일 오후 6시50분이라는 편성 시간과 다큐멘터리라는 약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자체발광'의 인기는 시청자 참여로 이뤄지는 무모한 도전 덕분이다. 지금까지 방송에서 시도한 도전으로는 어르신 래퍼에 도전하기, 번지 점프할 때 눈 부릅뜨고 셀카 찍기, 360도 회전하는 롤러코스터에서 화장하기, 당나귀로 대로변을 달리며 출근하기 등이다.

 

작년 10월 파일럿 방송에서는 '자체발광' 조연출 2명이 오리 배를 타고 완도에서 제주까지 100㎞에 달하는 거친 바다에 도전하는 장면이 나가기도 했다. 물론 중간에 배가 파손되는 바람에 실패에 그쳤지만 말이다.

 

"많은 분이 '그런 도전을 왜 하느냐?'라고 자꾸 물으세요. 그러나 저희 프로그램은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가 없어요. 호기심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프로그램이니까요"

 

지난 4일 오후 여의도 MBC방송센터에서 만난 '자체발광' 임경식 PD는 무모한 도전을 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재미있는 답변이 없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제작진에게 제시되는 아이디어 가운데는 실행하기가 어려운 것이 많다. 레일 바이크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기부터 하수도로만 서울시내 돌아다니기까지. 물론, 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레일 바이크는 기찻길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차가 지나갈 때면 자전거를 기찻길에서 뺐다가 다시 끼기를 5분 단위로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하수도 여행은 암모니아 가스가 인체에 유독하다는 점 때문에 계류 중이다. 이 정도면 발광(發光)을 넘어 발광(發狂)하는 수준의 호기심이다.

 

'왜?'에 대한 명쾌한 답을 못 얻은 대신 '어떻게' 해서 시작된 프로그램인지를 임 PD에게 물었다.

 

"'스펀지'나 '호기심 천국'과 같이 궁금증을 풀어보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다가 CSI가 울고 갈 정도의 수사력을 발휘하는 NSI, 즉 '네티즌 수사대'의 개념을 더하는 건 어떨까 싶었죠.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의 무한도전이 돼 버리고 말았지만요. (웃음)"

 

그러나 '자체발광'은 '스펀지'나 '호기심 천국'처럼 궁금증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대며 속 시원한 결과를 도출하지 않는다. 다만, 그 궁금증을 풀어보려는 시청자의 과정만 보여줄 뿐이다.

 

 

"엉뚱한 궁금증을 엉뚱한 과정을 통해 풀어나가는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희는 대본도 없어요.(웃음) 말 그대로 시사교양국에서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이죠."

 

엉뚱하고도 발랄한 호기심을 풀어가는 프로그램인 만큼 엉뚱하고도 발랄한 뒷이야기가 많다.

 

"오리 배로 바다에 도전한 조연출들이 너무 힘이 드니까, 배 내부에 카메라가 달렸는데도 제 욕을 어찌나 많이 하던지. 물론, 방송에는 편집돼 안 나갔지만요.(웃음) 취권과 당랑권 방송 때에도 중국 소림사 분들이 이 코너에 도전한 시청자 2명에게 첫날부터 어려운 운동을 시키면서 사람을 잡더라고요.(웃음) 덕분에 방송 분량이 충분히 나왔죠."

 

임 PD는 앞으로도 재기 발랄한 호기심에 계속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80일 동안 세계 일주하기나 네스 호에서 괴물 찾기 등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재기 발랄한 시청자 동지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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