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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느닷없는 사형집행 부활 논의

김 근(언론인)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으로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을 때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뜻밖에 경북 청송 교도소에 나타났다.청송에서 이 장관은 사형집행을 전제로 교도소에 그 시설을 갖추라고 지시했다.텔레비전으로 뉴스를 보면서 섬뜩 놀랐다.갑자기 서둘러 청송까지 달려간 일도 잘 납득하기 어려우려니와, 사실상 폐지된 사형제도를 곧 바로 부활시키려는 그 성급함과 독단적인 태도가 더욱 놀라웠다.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이 가져온 충격은 형언하기 어렵다.경찰이 온 힘을 다해 범인을 붙잡았고 전국민들이 분노했다.그렇기에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시급하다.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을 다룬 당국자들과 언론 그리고 우리들의 태도에 성찰할 점은 없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다시 말해 이런 끔찍한 범죄를 다루는 우리사회의 관리수준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만일 문제가 있다면 그런 어설픈 수준으로는 흉악범죄를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은 때로는 너무 피상적으로 문제를 다룬다.이번 사건에서도 일부 언론은 연일 대서특필 하면서 범인을 아예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 보도했다.그런 태도로는 왜 그가 그런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살필 여지를 갖지 못한다.한때는 양부모 밑에서 정상적으로 중학까지 다닌 청소년이 출생의 비밀을 안 뒤로 빗나가기 시작했다.마침내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리다가 이런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그렇다면 일차적으로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그의 가정 학교 사회가 모두 그 범인과 범죄를 만드는 데 책임이 없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그런데 사건이 터지면 언론은 너무 감정적인 보도로 일관하고,국민들은 거기에 휘둘려 냉철한 태도를 가질 겨를이 없다.그러니 이런저런 사유로 빗나간 사춘기 청소년들이 범죄의 길로 빠지는 것을 막을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

 

이번 사건의 비이성적 정점은 법무부 장관의 청송행이다.이 장관은 그곳에 간 일과 거기에서 한 말로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잘 보여 주었다. 말하자면 10년 동안 사실상 폐지한 사형제도를 갑자기 부활시켜 흉악범죄를 막겠다는 것이다.그런 발상이라면 너무 단순하다.흉악범죄가 없으리라는 전제를 깔고 사형집행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지 않은가.더구나 선동적인 흐름으로 비이성적인 분위기가 사회 안에 가득한 때에,정부가 나서 즉흥적으로 보이는 일을 불쑥 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한 개인이라도 생각이 깊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하물며 나라와 사회를 극히 이성적으로 관리해야 할 정부가 가져야 할 모습은 더더욱 아니다.

 

사형제도에 대해서 굳이 말한다면 그 제도는 이미 반문명적인 것으로 낙인이 찍혔다고 말해도 무방하다.이 제도에 대해서 아직도 전문가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있지만,우리가 아는대로 앞선 나라에서는 많이들 사형제도를 없앴다.그런 나라들 가운데는 흉악범죄를 넘어 무서운 테러가 발생하는 곳도 많다.복잡한 논리를 내세울 것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일을 누구라도 하면 안된다는 것이 사형제 폐지의 배경에 깔렸을 것이다.개인이 사람을 죽여서도 안되지만 국가가 제도를 만들어 사람을 죽여서도 안되는 것이다.이미 한국은 세계적으로 사실상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로 대접받고 있다.이것은 지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이미 쟁취한 문명적 가치이다.그 가치를 국민적 논의도 없이 법무부 장관이 느닷없이 청송에 나타나서 한마디 하는 것으로 없앨 수 있는 것인가.

 

/김 근(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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