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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남천 송수남 작가 전주 MBC 창사 45주년 특별기획전 7일 개막

무념무상의 경지, 먹의 농담으로 풀어내다

남천(南天) 송수남(72)은 호방하게 웃되 말은 아낀다. 1980년대 '현대 수묵 운동'을 주도한 그는 수묵 추상의 대가로 불린다. 하지만 "내가 가진 유일한 능력은 그림 그리는 것이었다"며 "순간순간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렸을 뿐"이라고 답한다.

 

전주 MBC 창사 45주년 특별기획전에 그가 초대됐다. 오랜 화력임에도 불구하고 전주 개인전은 처음이다. "나이가 들면서 귀소본능이 든다"는 그는 "전주에서 나고 자랐던 시절을 떠올려보곤 한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 수묵의 정신을 구현한 그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작품 250여 점이 걸린다. 1950년대 전주 경기전 외에 1960년대 붉고 푸른색을 과감하게 끌어들인 채색 산수, 1970년대 관념적인 산수와 장식적인 산수가 소개된다. 1980~90년대 흑백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구도의 '남천 산수'에서 2000년대 화려한 꽃그림까지 어마어마한 규모다. "와서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그가 자신있게 말하는 이유다.

 

남천 송수남 作 '붓의 놀림' (desk@jjan.kr)

 

그의 작품은 어찌보면 단조롭다. 한 일(一)자가 빼곡히 들어찬 선의 나열. 어떤 것은 가로로 누워 있고 어떤 것은 세로로 서 있다. 때로는 빽빽하게, 때로는 호방하게. 지루한듯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군더더기 없는 반복이 가져다주는 무념무상의 경지. 먹의 농담과 강약 만으로 담백하면서도 깊이를 드러낸다.

 

"한 일자는 곧음입니다. 500여 년을 올곧게 이어온 선비정신이죠. 나는 혼탁한 세상에 이것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또 그립니다."

 

선을 긋는 행위는 모든 것이 하나로 귀결되는, 선(禪)의 수행과도 같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사상적 기반은 불교. 대학 시절 이기영 선생의 불교철학 강의에 감명을 받았고, 가장 좋아하는 명구도 '제행무상(諸行無常·만물은 잠시도 하나의 모양으로 머물지않고 변한다)'이다.

 

"나이 먹을수록 몸은 가볍고, 생각은 단순·소박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림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봅니다. 설명이 많을수록 전달이 더 안 돼요. 나도 내 그림이 어렵습니다.(웃음)"

 

울긋불긋한 꽃그림도 수십여 점 내놓았다. 2004년 홍익대 교수에서 물러난 뒤 화려한 꽃그림에 빠져들었다.

 

"나이 먹으니까 화려한 게 좋아지더라고요. 몸이 이곳 저곳 고장 나니까, 꽃을 보면 그런 걸 다 잊을 수 있어요. 앉아서도 그리고, 누워서도 그리고 마음까지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흐드러진 매화 꽃더미와 꽃술은 사군자 필법을 따랐고, 철쭉과 진달래, 수선화 등과 나비와 달이 어우러진 그림도 눈에 띈다.

 

스승 없이 자신만의 화풍을 개척했듯, 그는 제자들의 화풍에 절대 간섭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자연히 두면 뭔가 된다. 걱정스럽던 학생들도 때가 되면 자기 그림을 찾아간다"며 오히려 패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반대했다. 그는 「두고 온 고향」, 「한국화의 길」, 「수묵 명상」등 여러 권의 책도 내기도 했다. "그림은 그림이고 글은 글"이라며 "틈나는 대로 끄적거린 담백하고 소박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수묵은 '없는 것'입니다. 선적인 것은 나의 인생입니다. 남천을 알려면 전시에 와요." 라는 말을 남기고 그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전시는 7일부터 27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계속되며, 개막식은 7일 오후 6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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