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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랑 두번째 소리연극 '찔레'…화려함 없어도 반응 뜨거웠다

독특한 무대 실험…허공 보며 대사읊는 연출기법…담백한 수묵화 같은 소리연극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 어딘지 금세 드러나는 친절한 무대세트, 입체감을 주기 위한 색색의 조명들, 그리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 우리는 그동안 너무 화려한 연극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점에서 T.O.D랑(대표 최정)의 두번째 소리연극 '찔레'(작·연출 임형수)는 많은 것을 덜어낸 연극이다. 세트라고는 의자 네 개와 테이블 한 개가 전부. 조명도 기본적인 조명만 쓴다. 의상도 따로 없다. 통일된, 일종의 유니폼을 맞춰입은 배우들은 연극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몸으로 줄 수 있는 정보를 최소화한 채 허공을 바라보며 대사를 읊는다. 배우들의 대사, 즉 청각적 이미지를 강조한 연출기법. 그래서 장르도 '소리연극'이다.

 

지난 2일 창작소극장에서는 '찔레' 시연회가 열렸다. 창작초연된 '찔레'의 맛은 담백했다. 적어도 지난해 낭독회 성격에 가깝던 첫 공연을 올리고 들었던 "굳이 해야겠어?"라는 평가는 나오지 않았다. 연극적 성격을 더해서인지 시연회 반응은 뜨거웠다. "배우들이 정면만 보고 연기를 하는데 시선처리가 어렵지 않느냐", "실험극이라고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는데 약간의 무대장치를 뺀 것일 뿐 실험연극으로서 약하다는 느낌이다" 등 밀도있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TV에 중독된 늙은 어머니 '주', 영화배우로 잘나가던 시절을 잊지 못하는 아들 '진', 스타의 피앙세로 우아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동거녀 '희'.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은 반복적인 구성과 대사 속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만 쳇바퀴처럼 되풀이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주'는 죽은 남편을 닮은 배우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며, '진'은 결국은 신음소리만 가득한 에로영화를 찍게 되고, '희'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요란한 화장과 옷에 집착하며 채운다. 장사익의 '찔레꽃' 노래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며 가족들과도 소통하지 못하는 외로운 인간의 모습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사실 작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연극적 기술에 대한 욕심을 자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찔레'는 스펙터클한 연극이 대세인 지금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일 수도 있다. 문득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그 곳에서 연극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하나의 발견이 있다면, 배우들이다. 특히 중부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전북에서는 처음 무대에 서는 '진' 역할의 구철호는 신선함과 성실함, 연기에 대한 집중력을 보여준다. 연고가 없는 전북에서 얼마나 더 활동하게 될 지는 모르지만, 20대 후반의 남자배우가 귀한 우리 지역에서는 어찌됐든 반가운 일이다.

 

'찔레' 본공연은 9일 오후 7시30분, 10일 오후 3시·7시 전주창작소극장. 공연수입의 10%를 온누리 안은행에 기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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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휘정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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