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0 13:26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전시·공연
일반기사

적벽가 완창 도전하는 소리꾼 김경호씨

무대서 마이크 쓰지 않을 것…나중엔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12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만난 소리꾼 김경호씨(43)가 동편제 '적벽가'의 눈대목 '적벽강 불지르는 대목'을 불렀다. 아버지 김일구 명창(70·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적벽가 보유자)의 소리를 쏙 빼닮았다.

 

1997년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오디션에서 병풍 뒤에 선 그가 초두를 내놓자 심사위원은 바로 '땡'을 쳤다. "너는 느그 아버지를 흉내내니까 점수를 줄 수 없다"고 했다. '닮으려고 한 게 아닌데…. 생긴 게 이런데….' 속으로 무척 억울했다.

 

한 때는 아버지를 닮았다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소리를 시작하게 된 것도 아버지의 소리를 듣고 소름 끼치는 전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스승은 넘어설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닮아가려고 노력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며 "나중에는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소리를 배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1987년 서울예술대학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판소리 학습을 시작한 그의 목은 사실 미성에 가까웠다. 어머니 김영자 명창(63·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수궁가 보유자)은 "너는 소리목이 아니다. 하려면 경기민요를 해라"라고 말할 정도였다. 오기가 생겼다. 이불 속에 머리를 처박고 소리를 질러댔으며, 2년 동안 산에 올라가 억지로 목을 혹사시키며 남자 소리꾼이 얻기 힘들다는 수리성 목을 얻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단 한번도 "잘한다" "고생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옛날에는 서운했지만, 지금은 으레 부족하니까 그러겠지 한다. "죽을 때나 알겠다"는 아버지의 말뜻을 언제나 알게 될 지는 모를 일이지만, 만약 아버지가 칭찬만 했다면 노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16일 오후 5시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에서 '적벽가' 완창에 도전한다. '춘향가'와 '수궁가'까지 두루 배우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늘 마음에 걸렸다. 마침 아버지는 '적벽가'가 장기인데도 불구하고 큰 제자가 없었다. 아들이자 아버지의 소리를 이어받은 제자로서 도리라고 생각했다.

 

"'적벽가'만 16년을 했습니다. 십수년을 파고 드니 이제서야 '적벽가'가 무슨 소린지 알겠습니다."

 

'적벽가'가 어렵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 그 역시 지난해 8월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을 그만 두고 산공부에 들어가 세 번 기절했다. 그는 "사설이 한문투인 것도 힘들지만, 목을 좁히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열어서 내는 항성으로 불러야 하기 때문에 소리 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완창 무대에서 마이크는 쓰지 않을 생각. 관객들을 위해 상황 전개에 맞춰 영상도 준비했다.

 

"완창의 목적이 단순히 '나 이만큼 배웠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는 아니죠. 배워서, 닦아서, 발표할 때까지 최소한 10년은 걸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판소리 다섯바탕을 끝내려면 50∼60년이니, 소리 공부는 평생인 거죠. 그런데 요즘은 배우고 나면 완창을 하니, 완창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단순히 외우는 수준이 아닌, 소리에 소리꾼이 책임질 수 있을 때 완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목 성음이 다른데, 언젠가부터 지르고 높은 음 내는 것이 득음(得音)이라고 와전된 것 같아요. 판소리 한바탕을 배우고 내가 가지고 놀 정도가 되면 득음이 아닐까요? 말 그대로 내가 얻은 소리니까요."

 

'적벽가' 완창이 끝나고 나면 다섯달 정도는 푹 쉴 생각. 그 다음에는 '적벽가' 눈대목만을 모아 북이 들어가는 자리에 모듬북을 넣어 공연할 계획이다. 나중에는 '적벽가'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도 만들고 싶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휘정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