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 표절 시비 섬뜩한 진실…엄정화, 거침없는 열연
▲ 베스트셀러(미스터리/ 117분 15세 관람가)
잘생긴 남자 배우를 편애하는 불친절한 영화 관람객이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좋아하다 못해 존경마저 하는 여자 배우가 있으니 바로 엄정화다. 우리에게는 섹시 여가수로 먼저 이름을 날렸고 이후에는 드라마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영화는 또 어떤가. '인사동 스캔들(2009)' '해운대(2009)' ' Mr. 로빈 꼬시기(2006)'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 등 역할을 불문하고 배역에 딱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엄정화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다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대단하다고 느끼는 점은 어떤 일을 할 때 다른 직업이 겹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연기와 노래를 모두 잘하는 만능엔터테이너라도 노래 부르는 모습에서 연기자의 모습이 보이고 연기 하는 동안에도 가수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기 마련. 하지만 엄정화는 '그녀가 가수였던가?' 혹은 '드라마도 찍었던가?'하는 의문마저 들지 않게 현실의 배역에 완벽한 모습을 보인다. 그동안 가수로서의 배역에 충실했던 그녀가 가족과 직업을 가진 엄마 역의 배우로 돌아왔다. 무대에서 어필하던 섹시함은 사라졌고 절박함과 섬뜩함만이 남았다. 이제 40대가 된 여배우의 또 다른 변신을 만나보자.
10여 년간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군림한 백희수(엄정화). 하지만 발표한 신작 소설이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게 되고 하루아침에 사회적 명성을 잃게 된다. 남편(류승룡)과도 별거 상태로 더 이상 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오랜 친구인 출판사 편집장의 권유로 시골의 외딴 별장에 내려가게 된다. 하나 뿐인 딸과 내려간 별장은 스산하기만 하다. 2층 구석방은 굳게 잠겨있고, 집안에는 알 수 없는 진공소리가 들리는 것. 작업실 천정에 점점 번져가는 곰팡이는 섬뜩한 기분마저 든다. 그리고 어느 날 부턴가 딸 연희는 '언니'라는 알 수 없는 정체와 대화를 하기 시작하는데. 창작에 목말라 있던 희수는 연희가 들려주는 별장에서의 섬뜩한 이야기에 집착하고 결국 그 이야기로 소설을 완성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소설을 발표하지만 이 이야기조차 이미 10년 전 발표된 소설과 같음이 밝혀지면서 표절 논란에 휩싸이게 되고, 희수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야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다시 별장으로 내려간다.
'베스트셀러'는 그렇게 독특한 영화는 아니다. 섬뜩한 별장이라는 공간은 '장화,홍련'이 생각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은 많은 미스터리물이 거쳐 간 전적을 고스란히 밟고 있기 때문. 그래서 '베스트셀러'는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 그려지는 부분이라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미스터리와 공포를 잘 비며 낸 감독의 솜씨로 그 빈 공간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또한 잔잔한 반전들이 더해져 단순해 질 수 있는 드라마를 역동적으로 완성시켰다. 이것은 다양한 영화들의 조감독을 했던 신인감독 이정호의 역량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며 앞으로의 그의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말 한 것처럼 이 영화의 핵심은 엄정화다. 더 편해진 연기와 직장과 엄마 사이의 갈등, 점점 예민해져 가는 모습 등 연기자로서의 그녀의 모습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에 박수를 치게 될 것. 영화에 등장하는 아역배우 박사랑과 류승룡, 이성민 등의 조연배우들도 빼 놓을 수 없는 영화의 별점 요소다. 간간히 웃음을 주기도 하고 극의 활력소가 돼주기도 하며 궁금증을 갖게 하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또한 '베스트셀러'에는 숨은 배우 최강희가 있다. 희수가 작업 중 듣게 되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그녀.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재밋거리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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