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 영화
1. 워낭소리(이충렬/ 스튜디오 느림보)
팔순 농부와 마흔 살 소, 삶의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런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이다.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이 소는 최노인의 베스트 프렌드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최노인이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 소리도 귀신같이 듣고 한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심지어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쟁이다.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 하면서 최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른다.
모든 것이 느림의 연속이다. 최노인의 느림과 수명이 다한 소의 느림이 그것이다. 이 둘의 느림은 우리에게 여유와 불안을 동시에 안겨주는 면이 있다. 빠르게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면서 느림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2.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전수일/ )
여기에서 나는 희망을 만난다. 43살의 '최'(최민식)는 우연히 동생의 공장에서 네팔 청년 도르지의 장례식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의 유골을 고향에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히말라야 설산 아래 산꼭대기 외딴 곳에 도착한 최는 가족들에게 차마 그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친구로서 들렀다는 거짓말과 함께 도르지의 돈만 건넨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최는 그 곳에 머물게 된다. 자식들과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돌아오는 책망에 마음이 상한다. 그리고 길 위에서 흰 말과 마주친 최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힘에 이끌려 말을 따라갔다가 집에 돌아와 심한 몸살을 앓는다.
그곳에서 익숙해져 최조차도 잊고 있었던 유골을 우연히 도르지의 아버지가 발견한다. 이제 도르지가 왔으니 당신은 떠나라는 노인의 말에 허탈해진 마음으로 마을을 나선 최는 다시 짐을 지고 가쁜 호흡을 내쉬며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히말라야 네팔의 설산 아래 마을의 느림과 여유를 보여주는 영화다. 생과 사, 즉 삶과 윤회를 생각하게도 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나 계산된 내러티브 전개는 전혀 의미가 없다. 히말라야라는 공간을, 그 거대한 자연 아래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빛깔과 삶을 가만히 지켜보면 된다.
◆ 관련 도서
1.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피에르 쌍소/ 김주경/ 동문선 )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찾아주는 책이다. 빠른 변화에의 적응이 곧 발전이라는 사회의 보편적 룰을 벗어나 '느림'의 철학을 주장하는 저자의 반론은 도태나 일탈이 아닌 '여유로움'이라는 내적 통찰이다. 한가롭게 산책하며 다른 사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면의 느낌을 적어보는 글쓰기는 목적도 없이 발맞추기에 급급한 세상사를 초월한, 권태를 즐김으로 인해 얻는 수많은 가치들을 위함이다.
에세이 형식으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저자는 '느림의 지혜' 9가지를 하나하나 들려준다. 한가로이 거닐기(자기만을 시간을 가질 것), 듣기(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기다리기 (가장 넓고 큰 가능성을 열어둘 것), 마음의 고향(존재의 퇴색한 부분을 간직할 것)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저자가 하는 얘기는 하나같이 소박하며 일상적이지만 우리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2. 느림의 지혜(스튜어트 브랜드 저/박근서/ 해냄)
이 책은 시계를 만드는 사람들이 펼쳐내는 인문학적, 기계공학적 상상력의 저서이다. 스튜어트 브랜드는 재단의 창립멤버이자 발명가이며 설계사이다. 가속화되는 문명의 속도에 삶의 리듬감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시간'과 '책임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만드는 '만년시계'다
우리가 '지금'이라고 말하는 이 순간이 일 분이나 한 시간 또는 오늘이 아닌 1000년의 기간을 단위라고 생각하면서 전개한 책이다. 이처럼 1000년에 겨우 한 바퀴를 돌면서도 10000년 동안이나 작동할 시계를 만들겠다는 기발한 생각에서 시작하는 『느림의 지혜』는 가속화되는 문명의 속도에 삶의 리듬감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느림'이라는 화두를 던져, 시간과 책임감에 대한 새로운 시점을 제공하는 책이다.
◆ 신문으로 읽기
백제의 숨결 '익산 둘레길'을 걸으며
누가 그랬던가. "소득 1만불 시대에는 마라톤이 유행이고, 2~3만 불 시대에는 걷기가 유행"이라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경제적인 여유로움이 배여나면서 서서히 옛길을 따라서 걷는 열풍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빨리 빨리라는 성장의 시대에서 지나온 길도 뒤 돌아 보는 느림의 미학시대가 도래 하였다. 백제의 숨결이 스며있는 천년고도 익산도 예외가 아니다. 그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도 역사길 복원과 함께 탐방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익산 둘레길'은 올 가을 함라·웅포지역 산 일원에 총 13.8㎞에 걸쳐 길마다 다섯 가지 이야기 주제(양반길, 명상길, 병풍길, 역사길, 건강길)로 조성되었다. 제1코스는 함라면소재지에서 입점리 고분전시관까지이며 제2코스는 함라면소재지에서 숭림사까지로 나뉘어져 있다. 산 정상에 오르면 능선 길 좌우로 넓은 익산평야와 호수같은 금강이 자리 잡고 있어 풍광이 백미이다. 서남쪽 저 멀리로는 서해바다가 아스라이 보이고, 동쪽에 위치한 미륵사지에서 시작된 백제로가 북서지역의 금강을 가로질러 웅포대교를 통해 부여와 연결되는 동선이 백제의 신 실크로드처럼 펼쳐져 있다.
둘레길 주변에는 역사, 자연 그리고 옛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역사·문화적으로는 함라의 함열향교, 3부자집 고택과 옛 담장 길, 허균의 홍길동전 집필지, 봉화산의 봉수대와 웅포의 천년고찰 숭림사, 백제의 유적 입점리 고분군, 고려시대 최무선 장군의 진포대첩 승전지가 있다. 자연적으로는 야생차 북한계 군락지, 곰솔, 굴참나무와, 노루, 삵, 멧비둘기 등 자연생태계도 잘 보존되어 있다. 금강 주변에는 서해안 7대 낙조대 중에 하나인 곰개나루(웅포), 덕양정과 용왕사터, 철새 서식지가 있다.(중략)
중국 근대문학의 선구자 루쉰은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으나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것은 길이 되었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길가에는 약5천년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조상들이 살아온 세월만큼 삶의 애환과 수많은 이야기 꺼리를 고즈넉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옛길은 단순한 길로써의 의미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거울이요 자화상이라 할 수 있겠다. 조선시대 어느 고전에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하였듯 옛길도 주마간산 격이 아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을까? 익산의 둘레 길을 걸으면서 건강을 다지며 옛 추억과 향수, 잊혀져가는 전통과 역사·문화의 숭고한 가치를 음미해 보면 어떨까 싶다.
- 전북일보/ 2010. 1. 4/ 채수훈(익산시 주민생활지원과)
/정용복(원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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