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타향에서] 중소기업금융, 은행들 본연의 역할 다해야 - 고일영

고일영(기업은행 부행장)

 

다음은 무엇을 설명하는 걸까? 활력 있는 다수,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 기회와 꿈의 실현 기회 제공, 경제 활력의 근원, 독과점 폐해 방지 및 시장효율 향상, 자본주의 체제의 장점 향상.

 

다름 아닌 미국정부가 중소기업 지원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을 설명한 수식어들이다. 이렇듯 잘 정립된 정책철학이 있어서인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미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모두 작은 중소기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소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이를 잘 반영하는 숫자가 '99, 88'인데, 우리나라 전체 기업체수의 99%, 고용의 88%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널리 쓰인다. 또한 중소기업은 수출의 30%, GDP의 60%를 창출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요즘 국내 경제의 가장 큰 이슈인 고용을 생각할 때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 보인다. 최근 10년 동안 중소기업의 고용은 250만 명 늘었지만 대기업 고용은 오히려 130만 명이 줄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신용도 낮기 때문에 은행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09년 대기업은 은행대출 76조원,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54조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반면 중소기업은 직접금융 5조원에 비해 은행대출은 430조원이나 된다. 직접금융을 활용할 수 있는 소수 중소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은행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은행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경제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게 안정적인 자금공급을 하는 것은 중소기업 지원의 당위성을 떠나 은행의 기본 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금융시장을 보면 과연 은행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 재작년 9월 이후 국내 은행들은 중소기업금융시장에서 무차별적으로 대출 회수를 하였고 이러한 행태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대출 공급과 회수를 감안한 순증개념으로 볼 때 국내 은행 대부분이 공급보다 회수가 큰 마이너스(-) 순증을 보이고 있다. 5월말 현재 전체 중소기업대출 순증은 전년 말 대비 5.8조원에 지나지 않지만 이마저도 국책은행을 제외하면 시장전체로 1.8조원 순증에 불과하다. 개별은행별로 보면 마이너스 순증 규모가 작게는 1천억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는 은행도 있다. 이래서 우리나라 은행이 '맑을 때 우산주고 비올 때 우산 뺏는다.'라는 원성을 듣는 건 아닐까?

 

유럽발 재정위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지고 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중소기업금융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이 본연의 역할을 잘 감당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고일영(기업은행 부행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짝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