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효치(시인·계간 미네르바 발행인)
아침 산책은 상쾌하다. 밤새도록 맑혀 놓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면서 팔을 흔들고 발을 내딛으면 주변의 경관이 눈을 통해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아침은 바쁜 하루를 여는 시간이기는 하지만 산책시간만은 한가로움, 여유로움의 공간이다. 편안함 혹은 안정감, 아니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요즈음엔 주거지역의 둘레, 아파트 단지 주변 혹은 개천가 등에 산책로를 잘 조성해 놓아서 주민들의 심신의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산책로에 온통 개오줌 냄새가 진동한다. 애견가들이 개를 데리고 나오는데 그 개가 산책로 여기저기에 오줌을 찔끔거리니 그 악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거 개에 대한 관념은 방 밖에 묶어 두어 도둑을 지키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집 안으로 들여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오늘의 삶의 모습이 달라지고 사람들의 의식도 그에 따라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개도 운동해야하고 먹고 배설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사람과 똑같다. 문제는 공동생활에서 남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피해를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사람이 산책하다 용변이 마렵다 해서 산책로 가에 엉거주춤하게 서서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눈다면 용납이 되겠는가. 그런데 개는 괜찮다고 개주인은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식당에서 외식을 하다가 옆 좌석의 어린이가 뛰고 떠들고 심지어는 이쪽 테이블까지 와서 음식을 집고 하는 등의 일로 그 단란한 즐거움이 깨졌던 기억은 대개 한 두 번 쯤 있으리라. 소위 문화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용납될 수도 없는 일이다.
제 자식이 하는 짓은 예쁘고 대견하다. 그러나 이웃에게 폐가 된다면 그 부모는 단속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공동생활은 이렇게 사소한 일에서부터 남을 배려해야 된다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래도 식당의 어린이는 인내천(人乃天)을 의식 속에 간직해 왔던 우리 한국인으로서는 참을 수 있는 일이라 치자. 그런데 개오줌 냄새는 참기가 매우 힘들다. 새 아침의 상쾌함 행복감을 송두리째 박탈당하는 기분이다.
물론 개의 특성을 이해한다. 자기의 영역을 알리기 위해, 혹은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냄새로써 표시를 한다는 것을. 개에게 또한 그것을 못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말 고민이다. 개에게 사랑을 쏟아주며 외로움을 달래고 위안을 받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개와 정을 나누면서 정서적 안정과 행복감을 얻는 이도 많은 것 같다. 그러니 개를 키우지 말자고 제언할 수도 없다. 어떤 이에게는 개가 삶의 필수의 존재인 경우도 있는 듯하다.
그런데 내 깜냥에는 매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개에게 기저귀를 채우자는 것이다. 사람도 어려서 분별력이 없을 때는 기저귀를 채우지 않는가. 그러면 아침 산책길의 개오줌 냄새는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리를 들고 오줌 누는 모습도 좀 흉하지 않은가. 그러니 개기저귀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가끔 개에게 옷을 입혀 데리고 나온 모습을 본다. 개에게 리본을 달아주고 머리에 염색을 하는 등 치장을 한 경우를 본다. 자, 이제 개에게 기저귀를 채우자. 예쁜 기저귀를 창안해서 옷 입히듯이 기저귀를 입히면 장식적 효과도 있으리라. 그리고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아, 정말 아침 산책길의 개오줌 지린내만은 맡고 싶지 않다. 아침의 행복은 하루의 행복이다. 많은 사람들의 아침행복을 빼앗지 말아 주길 빈다.
/문효치(시인·계간 미네르바 발행인)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