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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역사 이야기] ⑭김밥의 유래

'신라시대부터 김 식용' 삼국유사에 기록…일본 김초밥 유래설은 근거없는 잔재

밥에 갖은 고명을 넣고 김으로 말아 싼 김밥. 야외 나들이에 나서거나 간단식을 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민 메뉴이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아파트나 상가 밀집지역마다 김밥전문집이 경쟁적으로 개업, 성업을 이루고 있다.

 

무심코 즐기던 김밥. 이 음식은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김밥은 우리 고유의 음식이라는 주장과 일본 유래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밥의 역사가 확연하지 않은 이유는 문화 가운데서도 상당히 보수성향이 강한 음식문화는 생활 속에서 서서히 변화하고, 어떤 논리나 이론을 바탕으로 진화하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두 주장을 명확히 가를 증거는 아직은 없는 형편.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김밥 역사를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김밥의 유래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일단의 확신에 이를 수 있다.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의 역사마저 들먹거리는 상황에서, 음식문화의 재정립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음식 문화의 독립을 위한 음식 역사가들의 역할이 더욱 기대된다.

 

◆ 일본 유래설

 

아직 많은 사람들이 김밥은 일본의 '김초밥'에서 유래되었다고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이같은 주장은 '마끼'라는 형태의 음식이 김밥의 원조라는 판단에서 시작된다. 마끼 가운데 김밥의 원형으로 지목되는 '데까마끼'는 에도시대 말부터 메이지 시대 초기에 동경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김 속에 참치와 고추냉이를 넣은 데까마끼는 일본의 한량들 사이에 간단식으로 애용되었다.

 

김초밥의 한 형태인 데까마끼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면서 군인들의 전투식량으로 발전했다. 일본군은 김에 두어가지 재료와 식초를 첨가한 김초밥을 군인들에게 공급했다. 당시 일제 치하였던 우리나라에도 이같은 형태의 김초밥이 전해졌다.

 

일본 유래설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김밥이 일제시대 말에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부터 주식인 밥을 김으로 싸먹는 문화가 이미 존재했다. 일본 유래설은 일제시대의 잔재이고, 치욕의 역사를 털어내지 못한 우리들의 뿌리 깊은 죄과일 수도 있다.

 

◆ 우리나라 고유 음식설

 

김밥의 주재료인 김이 우리나라 문헌에 등장하는 책자는 일연의 '삼국유사'로, 이에 따르면 신라시대부터 우리 민족은 김을 식용으로 이용했다. 또 '본초강목'에도 신라인들이 허리에 새끼줄을 묶고 깊은 바다에서 김을 채취했다고 서술한다. '경상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조선의 수산'등에 따르면 전남의 광양·완도와 경남의 하동이 조선시대의 김 특산지로 꼽혔다.

 

김밥의 유래를 찾으면서 김의 역사를 되짚는 이유는 김은 형태적 특성상 자연스럽게 밥에 싸먹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이후 우리나라 각지의 세시풍속에도 오곡밥을 김에 싸먹는 음식 문화는 널리 퍼져 있었다.

 

반면 일본에서 김을 식용으로 이용한 시점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늦다. 오후사쓰요이 박사가 저술한 '바다 채소'라는 책에 따르면 일본은 18세기 초중반 이후부터 김을 음식으로 활용했다. 삼국시대부터 김을 먹었고, 조선시대에는 상당히 보편적으로 김을 활용한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뒤늦은 시점이다. 이를 근거로 김밥은 시대적 정황상 우리나라가 훨씬 앞설 수밖에 없었다는 추론이 자연스럽다.

 

또 우리나라의 김밥과 일본의 김초밥은 여러가지 음식을 김으로 감싼다는 형식은 유사하지만, 이에 접근하는 방식과 활용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 우리나라의 김밥은 실용성을 강조했지만, 일본의 김초밥은 장식성 위주이다.

 

이들 상황과 정황을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초기 김밥이 조선시대 쯤에 일본으로 전해졌고, 일제시대에 새로운 형태로 우리나라에 역수입된 것은 아닐까. 어쨌튼 김밥의 일본 유래설은 명확한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논리상으로도 무리이다.

 

◆ 다양한 김밥들

 

김밥은 재료에 따라, 싸는 방법에 따라 숱한 이름이 붙는다.'즉석김밥전문점'형태로 국내 최초의 프랜차이즈 사업에 성공한 '종로김밥'에 이어 김가네김밥, 압구정김밥, 충무김밥, 명동김밥 등 수십개의 상표가 경쟁적으로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경제난이란 터널을 통과하면서 수많은 업체가 중도 탈락의 길을 걸었고, 시련을 극복한 업체는 미국과 중국 등에 가맹점을 개설하면서, 김밥의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에서 생산되는 김밥을 재료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야채김밥·김치김밥·쇠고기김밥·참치김밥·치즈김밥·치킨김밥·피클김밥·고추김밥·버섯김밥·샐러드김밥·유부김밥 등 무궁무진하다. 통영지역에서 시작되어 널리 알려진 충무김밥은 갑오징어를 사용한다.

 

김을 마는 방법에 따른 김밥 분류법 가운데 누드김밥이 주목을 받는다. 누드김밥은 김이 가장 밖에 위치하는 통상적인 방법을 뒤바꿔 밥이 겉으로 나오고, 김이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못난이김밥은 김과 밥·속재료를 모양을 내지 않고 대충 말거나 부서진 김을 대충 겉에 묻히는 형태를 지칭한다.

 

또 최근엔 삼각형 모양으로 만든 삼각김밥과 주먹밥 모양의 폭탄김밥 등 모양도 다양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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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모 kimk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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