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청소년올림픽 남자 핸드볼 A조 리그한국과 쿡 아일랜드의 경기가 벌어진 21일 밤 싱가포르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전반전을 마치자 스코어보드에 찍힌 점수는 33-1이었다.
한국 골키퍼 유현기(17.전북제일고)는 하품이 나올 지경이지만 쿡아일랜드 골키퍼는 쏟아지는 골세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가 종료됐을 때 최종 스코어는 70-4. 이 정도면 연습이라고 해도 훈련 효과를 거두지 못할 만큼 실력차가 난 경기였다.
명색이 세계대회라는 청소년올림픽에서 이런 스코어가 나온 것은 남태평양의 섬나라 쿡 아일랜드가 와일드카드 팀으로 초청됐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대회에 스포츠 약소국 청소년들에게도 참가 기회를 주기 위해 20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출전권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최소 4명의 참가를 보장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3천600여명의 선수 중 3천여명은 14∼18세에서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지만 나머지 600여명은 그야말로 국제대회 참가 자체가 처음인 선수가대부분이다.
오세아니아주 대표로 추천받아 핸드볼 경기에 출전한 쿡 아일랜드는 전날 프랑스와 경기에서는 58-4로 대패했다.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곽예지(18.대전체고)는 18일 열린 남녀 혼성경기에서는 1회전에서 탈락했다.
주최측이 혼성경기 파트너를 예선리그 여자 1위와 남자 32위, 여자 2위와 남자31위로 묶었기 때문이다.
곽예지는 혼성경기에서 6발을 쏴 5발을 10점에 명중시켰고 1발만 9점을 기록했으나 남자 파트너인 미얀마의 아웅기는 6발 합계 점수가 34점이었다.
마지막 3발은4점과 3점을 겨우 맞혔다.
IOC가 성인 올림픽에서도 적극 추진 중인 와일드카드 제도는 약소국에도 스포츠저변을 넓힌다는 취지이지만 경기 자체가 무의미한 경우도 있다.
태권도 남자 63㎏급에서 금메달은 딴 서병덕(17.동성고)은 1회전에서 브루나이의 라민 방가요고에게 3라운드 1분5초만에 RSC승을 거뒀다.
이미 점수가 17-0으로 승부가 벌어진 상황에서 더는 경기를 진행했다가는 상대선수가 다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난생 처음 청소년올림픽에 출전한 약소국 선수들은 즐거운 표정이다.
수영 남자 자유형 50m 예선에 출전한 라이베리아의 시마 웨아(17)와 미카-자아테아(18)는 조 1위에 무려 20초 이상 뒤진 기록으로 탈락했다.
마을 앞 강에서만 물고기를 잡느라 헤엄쳤다는 둘은 "난생 처음 수영장 구경을했다"고 신기해 하며 "친구와 함께 청소년올림픽에 출전하게 돼 매우 행복하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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