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액션 드라마는 우리나라에 정착되지 않은 장르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한국형 첩보액션 드라마를 개척하겠습니다. '아이리스2'도 준비되는 대로 만들 겁니다."
SBS TV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을 제작한 정태원(47)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2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도 변함없이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25.9%로 호기롭게 출발한 드라마가 내리막길을 걷다 결국 첫회에 비해 반토막난 시청률로 전날 막을 내렸지만 그는 "평균 시청률 16.1%가 나쁜 것은 아니지 않냐"며 "'아이리스'보다 시청률이 안 나왔을 뿐이지 이 정도면 선전했다고 생각한다. 워낙 기대치가 높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자릿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들도 종종 출몰하는 상황에서 그의 말처럼 평균 16.1%의 시청률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이 145억 원을 투입해 만든 블록버스터고, 정우성, 수애, 차승원, 이지아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 드라마인 데다, 2009년 12월 39.9%로 막을 내린 '아이리스'의 번외편이라는 점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정 대표 역시 "시원섭섭하다" "많이 배웠다"는 말로 나름의 아쉬움을 잠시 표했지만 이내 드라마의 성과와 의미를 전하는 데 힘을 줬다.
다음은 정 대표와 일문일답
--시청률이 기대에 못 미쳤다.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기본적인 멜로의 틀을 버리고 선악 구도를 내세우면서 여성 시청자들을 놓친 것 같다. '아이리스'는 이병헌과 김태희의 멜로가 끝까지 갔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다보니 다른 드라마와 좀 달랐다.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멜로를 버리고 액션을 강화하니 남성 시청자들은 우리 드라마를 좋아했다. 시청층이 다양한 드라마가 양산돼야 하는 것 아닌가.
--스케일이 컸다. 사고도 많았지만 쪽대본 촬영 속에서도 무사히 막을 내렸다.
▲악조건이 많았다. '아이리스'와 달리 겨울, 연말에 촬영하면서 날씨와 장소 섭외 등에서 애를 많이 먹었고 일반 카메라가 아닌 레드원 카메라로 찍어 후반 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무엇보다 '아이리스'보다 스케일을 키웠고 액션을 더 많이 준비했기 때문에 벌려놓은 게 많았다. 첩보액션 장르가 우리나라에 정착되지 않다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했다. 내가 끝까지 스케일을 줄이지 않아 SBS에서 놀라더라. 시청률이 떨어지면 위축되기 마련인데 난 굴하지 않고 끝까지 스케일을 키워갔으니 놀랄 수밖에. 고마워하더라.
--액션에 '올인'했다.
▲총을 4만 발은 쏴댄 것 같다. 폭약을 얼마나 터뜨렸는지 말도 못한다. 전 세계를 오가며 부수고 폭발시켰다.(웃음) 그런데 안방극장에서는 액션이 너무 과다해도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렇게 많이 총을 쏠 필요가 없었다. 다음엔 드라마 위주로 작품을 만들겠다. 액션보다는 탄탄한 스토리가 우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많이 배웠다.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의 해외판은 스토리를 좀더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재편집할 것이고, 국내에서도 재편집해 케이블 채널에서 다시 방송할까 생각 중이다.
--'아이리스'보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돈은 더 벌었다고 하던데.('아테나 : 전쟁의 여신'의 '아이리스'의 후광을 톡톡히 누려 제작비 조달과 작품 수출 등에서 많은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가 20부 전체 완판됐다. 그 돈은 SBS가 버는 것이지만. 회당 제작비도 2억 2천만 원을 받았고 일본 등 해외에도 잘 팔렸다.
그런데 돈으로 자꾸 따지지 말자. 그만큼 많이 썼다. 나도 돈 조금만 들여서 작은 드라마 만들면 편하다. 액션을 많이 한다고 수출할 때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수출가는 비슷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한류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하지 않나. 모두가 똑같은 것을 만들 수는 없지 않나. 세계시장을 향한 날개짓으로 봐달라.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성과는 뭐라고 생각하나.
▲배우들의 재발견과 새로운 스타 탄생 아니겠나. 정우성은 한국판 제임스 본드로 태어났다. 수애는 안젤리나 졸리 같지 않나? 추성훈이 배우로 데뷔했고, 가수 보아와 최시원, 최강창민 등도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이리스2'도 계획대로 만드나.
▲물론이다. 다만 준비를 좀더 해야겠지. 훨씬 더 탄탄한 스토리를 준비할 것이다. '아테나 : 전쟁의 여신'에서 김소연(북한 특수요원 김선화 역)이 복수를 다짐하고 사라지지 않았나. 그것이 '아이리스2'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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