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명한 동화들 중 몇 편은 사실 가짜다. 권선징악으로 끝맺기 위해 혹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기 위해 약간의 첨삭 또는 변화를 줬던 것. 예를 들어 동화 '라푼젤'에서 마녀가 왕자의 탑 출입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다소 쉬운(?) 여자 라푼젤이 임신으로 배가 불러왔기 때문이라거나'신데렐라'에서 왕자가 내민 구두를 신기 위해 신데렐라의 의붓언니가 자신의 발을 잘라 낸 장면만 해도 그렇다. 이런 충격적인 내용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할 수는 없으니 어쩌면 이런 각색은 당연한 일. 하지만 다 자란 우리에겐 원작의 내용이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주 영화 두 편은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을 동화와 애니메이션의 색다른 진실을 전한다. 빨간모자의 다른 해석'레드 라이딩 후드'와 미녀와 야수'비스틀리'다.
▲ 비스틀리 (판타지, 드라마/ 86분/ 12세 관람가)
'비스틀리'는 학창시절 여학생들의 필독서였던 '할리퀸 로맨스 소설'의 영화판이다. 알렉스 플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지만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디즈니의'미녀와 야수'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유명 앵커의 아들인 카일(알렉스 페티퍼)은 외모지상주의자다. 킹카로 유명하기도 한 그는 학생회장에 당선되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마녀 켄드라(메리 케이트 올슨)는 그에게 저주의 마법을 건다. 그의 얼굴을 문신과 상처투성이로 만든 것. 만약 진실한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하면 평생 괴물로 살아야 한다. 그런 그에게 단 하나의 희망은 학생회장 선거 때 알게된 모범생 린디(바네사 허진스)다.
'비스틀리'는 일달 캐스팅에 박수를 받을 필요가 있다. 알렉스와 바네사 뿐 아니라 마녀역의 케이트, 그리고 그 외 조연들까지 그들의 원래 이미지를 잘 살린 캐스팅이었다. 그래서 다소 유치하다고 느낄 수 있는 스토리와 실제 현실의 괴리를 좁힐 수 있었던 것. 하지만 12세 관람가답게 주인공을 섹시하게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 온 듯 린디는 고전적이고 순수하며 카일은 린디를 향한 진실한 사랑에만 목을 맨다. 배경을 옮기면서 기대했던 캐릭터의 변화를 간과해 아쉬움이 큰 영화. 사실 가장 큰 아쉬움은 완벽한 분장덕에 알렉스 페티퍼의 얼굴을 많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한국어 장면은 꼭 챙겨보길 바란다.
▲ 레드 라이딩 후드(드라마, 판타지/ 100문/ 15세 관람가)
옛날 한 마을에 빨간 모자를 쓴 발레리(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살고 있었다. 아름다운 이 소녀는 마을의 외톨이 피터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부모님은 부잣집 아들 헨리와 결혼하길 바란다. 결국 마을 떠나기로 결심한 발레리, 하지만 붉은 달이 뜬 밤, 어둠의 숲에 사는 늑대에게 언니가 죽임을 당하고 만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솔로몬 신부에게 도움을 청했고 신부는 늑대가 인가의 모습을 하고 마을에 숨어있다고 말한다. 붉은 달이 뜰 때마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우연히 발레리는 자신과 관계된 누군가가 늑대 인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 그리고 비밀을 풀기 위해 달이 뜨는 밤 홀로 산으로 향하게 된다.
'비스틀리'가 '미녀와 야수'의 오글거리을 담당했다면 '레드 라이딩 후드'는 '빨간모자소녀와 늑대'의 성인 버전이자 스릴러 버전이다. 광고 포스터에 붙어 있는 '빨간 모자야 사랑에 빠지지 마'라는 문구에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비스틀리'를 보는 것이 나을 듯. 초반 내레이션과 함께 로맨스가 진행되는 듯 하지만 순식간에 변하는 영화 분위기가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레드 라이딩 후드' 또한 동명의 소설책이 있다. 책을 먼저 읽으면 영화가 재미 없어질까 고민하지만 둘 다 볼 생각이 있다면 이 경우는 소설부터 읽는 것이 좋을 듯싶다. 상상외로 흘러가는 극 전개에 매력을 느끼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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