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종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뻐꾹, 뻐꾹"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뻐꾸기의 울음소리는 매미소리와 함께 여름철 농촌 들녘을 생각나게 한다. 풍요롭고 한가로운 여유를 가지게 하는 정겨운 소리이다. 그런데 뻐꾸기는 자기 스스로 둥지를 만들지 않고 멧새와 같이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대신 키우도록 하는 새라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출생과 지역간 이동만 놓고 보면, 수도권은 뻐꾸기로, 전북은 멧새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베이비붐 세대라고 할 수 있는 45~54세 연령 인구 가운데 전북에서 태어난 사람은 약 57만명에 달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어렸을 때는 전북에서 지내다가 성장한 후에는 더 나은 교육과 직장을 찾아 떠났고, 지금은 전북지역 총인구 186만명 가운데 약 27만명(14.5%) 정도만 남아서 멧새 둥지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국가나 지역의 경제적 번영이 기본적으로 인구의 양과 질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 전북이라는 멧새 둥지가 비어가고 늙어가는데 각별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09년 기준으로 전북은 15%의 고령화율을 보이고 있어 전남, 경북 다음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높다.
단기간에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올려 둥지를 채우기 어렵다면, 멧새 둥지를 번영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1955년에서 1963년에 태어난 현재 48세에서 56세 베이비붐 세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에 새로운 국면을 맞게 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약 713만명으로 총인구의 14.6%를 차지한다. 베이비붐세대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지나 산업화, 민주화, 외환위기,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 등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역동적인 성장을 이룩한 세대이다. 소득(연간 3400만원)과 소비(월 208만원)도 현재 노인세대보다 높고, 고등학교 졸업 비율도 68%로 현재 노인세대 13.4%보다 월등히 높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와 학력, 건강함을 가진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세대에 진입하게 되는 것은 새로운 노인문화(new-aging)가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베이비붐 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를 가진 세대라는 특성과 동시에 상당수 비율은 여전히 일하기를 희망한다는 점을 동시에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한다. 다양한 인적 자원, 자연환경을 갖춘 우리 고장 전북에서 성공사례(best practice)를 만들어서 전국으로 확산해 ·봄직하다.
첫째, 은퇴 예정자들이 고향으로 혹은 우리 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지역발전 모형을 발전시켜보자. 지리산 자락 둘레길의 귀농단지는 더욱 활성화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조금 더 나아가 의료서비스-관광-주거를 패키지로 제공해주는 새로운 실버 주거문화를 개발할 수 있다. 현재 고창군 석정 온천관광지에 조성중인 시니어 리조트는 의료서비스, 노인주거, 관광자원이 결합되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고령화관련 의료·복지 서비스 인프라가 확보된 대학에 'Age Mix형 시니어 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도내의 대학시설을 활용하여 젊은층 대상의 유스호스텔과 비슷한 'Elderhostel(노인학습여행)', Education Recreation 등 베이비붐 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분야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보자.
셋째, 은퇴한 베이비붐세대를 위한 앙코르(encore) 프로젝트도 기획해 보자. 가칭 공익형 시니어 헤드헌터(Senior Headhunter)를 육성하여 은퇴자들에게 유망한 사회서비스사업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재취업과 재교육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해 준다. 예를 들어 미국의 Civic Ventures처럼 노인과 관련 건강·여행·안전·가사대행 등 새로운 서비스 분야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의 진입은 한국사회와 전북에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약 15년후에는 50세이상 중고령자들이 전체 인구의 반을 넘게 된다. 받기만 하고 훌쩍 떠나버린 뻐꾸기와는 달리 모든 세대가 국가와 지역의 번영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회(a society for All Ages),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한 멧새둥지 전북의 르네상스를 위해 지혜를 모을 때이다.
/ 김원종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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