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쇼트트랙을 '짬짜미 파문'으로 몰아넣었던 '일그러진 영웅'들이 2년 전과 같은 상황에서 다시 만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담합 없이 각자 열심히 레이스를 펼쳐 정정당당한 성적표로 국가대표가 됐다.
제26회 전국남녀 종합선수권대회 겸 2011-2012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이 벌어진 17일 목동아이스링크.
징계에서 풀려나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곽윤기(연세대)와 이정수(단국대)는 공교롭게도 2년 전과 똑같은 상황에 맞닥뜨렸다.
곽윤기는 1,500m와 500m가 열린 첫날 순위 포인트 21점을 쌓아 안정권에 들었지만 이정수는 포인트를 확보하지 못해 탈락 위기에 몰려 있었다.
'짬짜미 파문'의 쟁점이 됐던 2009년 대표 선발전 상황도 똑같았다.
당시 곽윤기와 전재목 코치는 2009년 4월 대표 선발전에서 1,000m 준결승을 앞두고 선발전 점수를 따지 못했던 이정수가 도움을 요청해 경기를 도와줬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정수는 1,000m와 슈퍼파이널에서 우승하면서 전체 2위에 올랐고 곽윤기는 전체 4위로 태극마크를 달아 올림픽에서 계주 선수로만 활약했다.
이정수는 곽윤기의 주장을 부인했지만, 빙상연맹은 이 같은 담합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해 두 선수에게 각각 6개월의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필 이날도 곽윤기와 이정수는 1,000m 예선과 준준결승, 결승에서 함께 레이스를 펼쳤다.
2년 전 기억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경기 내용이 달랐다.
예선에서 이정수를 제치고 1위로 골인한 곽윤기는 준준결승에서도 끝까지 따라붙는 이정수에게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정수는 곽윤기를 제치려 안간힘을 쓰다가 오히려 김태훈(한국체대 대학원)에게 역전을 허용할 뻔 하는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곽윤기는 결승에서도 선두 자리를 여유 있게 지켜내며 우승해 종합 순위 선두로 치고 올라섰다.
반면 세 종목에서 8점밖에 확보하지 못한 이정수는 3,000m 슈퍼파이널에서 특유의 폭발적인 힘을 과시하며 대역전극을 펼쳤다.
8명 중 7위였던 이정수는 초반부터 크게 앞서 나가며 레이스를 이끌어 4분53초277로 2위인 서이라(한국체대·4분54초569)와의 격차를 1초 이상 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결국 42점으로 안현수(글로벌엠에프지)와 공동 4위에 오른 이정수는 슈퍼파이널 순위에서 앞서 당당히 국가대표로 복귀했다.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2년 전 선발전과 똑같은 상황에서 곽윤기와 이정수는 자력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면서 추락했던 명예를 되찾을 기회를 잡았다.
곽윤기는 "경기 감각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생각보다 잘 탔다"면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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