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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복지는 아무나 하나

김원종(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최근 복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한편에서는 복지 확대를 통해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복지의 확대는 자칫 근로의욕을 감퇴시키고 국가재정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복지가 주요 아젠다로 등장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 경제의 저성장 추세 등으로 시장의 복지기능이 과거에 비해 상당폭 줄어든 것에 기인한다. 이미 마을 전체가 노인들로 구성된 농촌을 생각해 보면, 복지정책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급증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아직 우리나라 여건이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복지는 선진국의 복지보다 더 효율적이고 똑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적은 돈을 들이면서도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하고, 또 같은 돈을 들이더라도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보통 수준의 복지는 누구나 쉽게 주장할 수 있지만 똑똑한 고급복지를 만들고 실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복지와 고급복지를 칼로 자르듯이 구분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복지정책을 수행해 온 경험에서 볼 때 몇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의사결정을 주는 사람이 하기 보다 가급적 받는 사람이 하도록 하는 것이 고급복지이다. 주는 사람이 뭐든지 결정을 하면 받는 사람은 주는 대로 받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의존적이 되고 크게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역사회 서비스 투자사업'은 받는 사람이 도움을 신청토록 하는 사업이다. 받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도움만 신청을 하게 되니 만족도도 높아졌고, 더 이상 도움이 필요없게 되면 스스로 요청을 철회해서 불필요한 낭비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년에 전라북도도 58개 사업을 통해서 약 1만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둘째, 본인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가급적 움직이도록 격려해주는 복지가 고급복지이다. 충분한 소득을 낼 수 있는 근로활동이라면 더 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고, 봉사활동이나 공공분야 파트타임 일자리도 더 늘려야 한다. 일자리 복지를 수행하는 방식도 일을 많이 하거나 잘하면 더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근로능력 있는 극빈층을 대상으로 자활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에게 사업성과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예산을 지원할 때에는 자활성공률이 5% 내외에 불과하던 것이 실제 자활성공 규모에 따라 차등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더니 취업률 등이 무려 50%를 상회하였다. 이 사업이 '희망리본 프로젝트'인데 특히 전라북도는 익산시에 호주의 '인지어스'라는 회사가 참여하여 작년 한해 300명의 극빈층 가운데 약 50%를 취업시키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셋째, 복지영역과 시장영역이 가급적 분리되지 않는 복지가 고급복지이다. 노인이나 장애인들은 여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복지관 등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가끔 힘들게 여행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지속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장애인과 노인만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에게 이 프로그램을 위탁하였더니 노인·장애인 전용 버스, 노인과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호텔과 식당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상품을 개발하여 운영함으로써 연간 약 1만명의 노인·장애인이 지속적으로 여행을 하는 사례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다.

 

복지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머지않아 국민들의 대다수가 복지 대상에 포함되게 되고, 복지문제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다. 복지가 사회통합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이면서도 경제와 병행 발전해 나가려면 지금부터 전문가에 의한 정교한 설계 작업이 매우 긴요한 시점이다.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복지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 같다.

 

/ 김원종(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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