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원광보건대학 교수)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 /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말 하는 것이 /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 조선중기 작자미상의 이 시조는 지적(知的)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정적(情的)인 느낌이 더 가까울 것 같다. 즉 무익하고 불합리한 말은 화(禍)의 근원이 되기에 조신(操身)하라는 경고로 예나 이제나 한결같은 진리가 아닌가 한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으로 생각에다 감정을 실어 표현하는 수단이 곧 언어다. 생각이 맑으면 말 또한 맑게 전달되며, 생각이 저속하거나 어두우면 표출되는 말은 야비하고 거칠 것이다. 살다보면 때로는 재물을 잃는 경우가 있더라도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되는 상황에 부딪힐 수 있는데, 신뢰는 곧 언어로부터 시작되며, 그 언어는 자기를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하고, 솔직담백해야 상대를 이해시키며 설득 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하다보면 자칫 실언 할 수도 있고, 본심과는 달리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서 곧바로 후회하기도 한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며, 지식과 교양과 자존심으로 쌓아 올린 그 인격체가 망가지는 것은 한 순간일 수도 있으며, 원인은 모두 자기로부터 시작되어 타인의 평가를 받는 것이다.
한 번 왔다 가면 같은 유형으로는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데, 시간과 기회와 말(언어)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들의 짧은 생각으로는 시간은 무궁무진한 것 같고, 기회는 일생동안에 세 번은 온다고 하고, 말은 하고난 뒤 번복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론을 제기한다면 앞에 언급한 말은 말장난이었을까?
기초가 단단하지 않은 사상의 누각처럼 인격이 덜 갖춰진 지식만으로는 존경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교양인 또는 지성인을 가늠하는 척도 중 대표적인 것은 그 사람의 행동과 언어를 구사하는 행위다. 말(言語)에는 질서가 있어야 듣는 사람이 혼란이 없으며, 작은 혀(舌)놀림이 자신을 더럽힐 수도 있고, 나아가 생의 바퀴를 거꾸로 돌릴 수도 있다. 남을 저주하는 말이나 감정이 담겨진 악의(惡意) 있는 비판은 자신에게 엄청난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이란 에세이에 '미인은 말(언어)을 할 줄 알아 꽃보다 낫고, 꽃은 향기가 있어서 미인보다 낫다. 동시에 미인과 꽃을 한 손에 쥘 수 없을 땐 향기만을 뿜는 꽃보다는 말을 하는 꽃을 택하겠다.'라는 구절이 있다. 마음까지 예쁘게 화장을 하는 사람은 매우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얼굴만 단장하는 사람은 덜 행복하다고 했는데, 맞는 말인지는 몰라도 고개는 끄덕여진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이분법의 독선을 넘어선 유연함으로 서로의 가슴을 여는 대화의 장이 마련되어야, 너와 나 사이에 가로 놓인 큰 장벽이 무너질 것이며, 선과 악이 대칭되는 잣대로만 세상을 재단하는 시선을 멈춰야 할 것 같다.
목표를 추구하는 삶을 영위할 때, 인간의 능력은 더 발전하고 사회에 이로움을 준다고 한다. 눈이 떠있는 모든 시간에는 해야 하는 말, 농담이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전달하고, 아름다운 자기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표현 수단인 말을 부드럽고 정감 있게 구사해보자. 생각은 말을 만들고, 말은 행위가 되며, 행위는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이 된다. 인격은 바로 자기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신의 재능과 세상에서의 필요가 교차되는 그 곳에 당신의 사명이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 하나 뿐인 나를 고품격으로 만드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다. 내가 표현하는 언어는 내 모든 것들을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된다.
/ 김형중 (원광보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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