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들, 29일 세계선수권 앞두고 전주비전대서 맹훈련
21일 오전 전주비전대학(총장 홍순직) 미래관 3층.
태권도복을 입은 10여 명이 양팔을 좌우 어깨 위로 막는다. 금강 품새 중 산틀막기(moutain shape block). 막은 모습이 뫼 산(山)과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이들은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 선수단(단장 최동열·전북태권도협회 상임부회장).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6회 WTF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를 앞두고 25일까지 이곳에 합숙훈련을 하러 온 것이다.
이춘우 대한태권도협회(KTA) 시범단장(52·9단)과 최종복 대한태권도협회 생활체육분과 위원장(56·9단)이 코치를 맡았다.
김제 만경 출신인 최종복 코치는 "합숙 기간은 새 기술을 터득하는 게 아니라 부정확한 자세나 나쁜 습관을 점검하고 다듬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품새 대회는 외국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5년 정도 먼저 시작했다"며 "겨루기 실력은 이미 대동소이하고, 품새도 (세계대회) 10회까지는 종주국인 우리가 앞서겠지만, 걸맞은 보완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것도 평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10대부터 60대까지 하는 스포츠는 품새밖에 없다"며 "전국체전, 나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날도 머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 코치가 "당분간 이겨먹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진주"라고 부른 서영애 씨(49·전주비전대학)의 옆차기가 '칼날' 같았다.
이번 대회 마스터 1(41~50세) 부문 6연패에 도전하는 '품새 여왕'은 천권(天拳)을 제일 좋아하는 품새로 꼽았다. "기(氣)를 표현할 수 있어서요. 심사 항목 중 표현성이 있는데, 얼굴 표정도 중요해요."
서 씨가 지도하는 고세훈(전북체고 2학년·3품)과 성세화(고창여고 3학년·3품)도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품새 국가대표는 처음 봐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발에 힘 있는 거나 올라가는 수준이…."
고세훈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전북태권도협회 고봉수 전무(49·전주비전대학 태권도과 교수)의 아들이다. 그에게 '누가 제일 잘하는 것 같냐'고 묻자 주저 없이 용인대 태권도경기지도학과 박태순(3학년)과 김유석(1학년·이상 4단)을 가리켰다. 그런 박태순도 "상대가 있는 겨루기보다 상대가 없는 품새가 더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올해 처음으로 이번 대회(마스터 3 부문·61세 이상) 국가대표로 뽑힌 안도연 씨(61·전주 효자체육관)는 "순수 민간인은 저밖에 없대요. 모두 어려서부터 체육 계통에 있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죠"라며 손녀뻘인 용인대 태권도경기지도학과 조성예(1학년·4단) 뒤를 따랐다.
선수단 '최고령'이자 "수십년간 국내외 품새·겨루기 1급 심판"이었다는 박광일 경희대 서울체육관장(62·9단)은 "나이가 들어도 현역으로 뛴다는 자긍심이 있다"며 웃었다.
품새 대표 선수단은 오는 27일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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