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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일등 휴가지의 조건

이승용 (한국경제TV  경영지원국장)

 

휴가철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자 동해안 바닷가다, 설악산이다, 제주도다 할 것 없이 앞다퉈 떠난다.

 

올해는 유난히 장마가 길고 폭우도 많이 쏟아져 피해입은 사람이나 가고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하기 그지없지만 휴가 그 자체가 즐겁지 아니한가? 일정을 잡고 준비하는 동안 마음은 이미 휴가지에 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어느 광고문구처럼 휴가는 우리에게 꿀맛 같은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준다.

 

사람들이 선택하는 휴가지는 대체로 산이나 바다를 끼고 있는 강원도나 제주도, 경상도 등이다. 아쉬운 건 우리 고향으로 향하는 휴가자들이 그리 많지 않더라는 것이다. 산수절경이나 바닷가가 없어서일까? 그건 아닌듯싶다. 남원의 지리산 뱀사골, 무주 덕유산휴양림, 진안 운일암 반일암, 고창 선운사계곡, 군산 선유도 등 생각만해도 가슴 설레는 곳이 어디 한 두 군데인가. 그런데 왜 사람들은 휴가지로 우리 고장을 선호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북사람들의 인정이 과거처럼 그리 후하지 않다는데 있다. 관광지에서 만나는 인심이 방문객을 다시 오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어떤 식당에 들어갔는데 음식값이 턱없이 비싸거나 서비스가 좋지 않다면 다시 가고픈 마음이 생길까? 또 텐트숙박이나 오토캠핑 하려고 해변가를 찾았는데 입장료다, 청소비다 이것저것 요구한다면 짜증부터 난다.

 

국내든 해외든 경치가 아무리 좋다해도 현지에서 불친절한 대우를 받았다면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한때 한국인의 주요 관광지였지만 요즘 뜸한 이유는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해지기도 했지만 여행중 바가지 등 불이익을 겪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느 조사결과를 보면 휴가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절경보다는 그곳의 인심이었다는 통계가 있다. 맞는 얘기다.

 

자립도가 약한 전북의 경우 외지인이 방문해 소비해준다면 도 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그러려면 방문객에 대한 친절이 최우선이다. 도로변에서 파는 수박이나 포도 등 농산물의 예를 보자. 우선 상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대도시 농산물판매센터나 할인점에 비치된 농수산물은 가격도 싸고 품질도 최상품이어서 언제든지 구매가능하다. 시골길에서 파는 농산물가격이 서울에서 구매하는 가격보다 비싸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생산원가와 인건비 등으로 가격을 내리기 힘들다면 최소한 비슷하게 맞추고 덤을 몇 개 주는 시골인심을 발휘해보자.

 

필자도 몇 해 전 완주 이서를 지나는 길가에서 포도를 구매한 적이 있는데 가격도 싼데다 포도송이를 한 움큼 더 집어주는 농사꾼의 인정에 여행길이 매우 상쾌했던 적이 있다. 그곳에 갈 일이 생기면 가능하면 그 집을 다시 찾지 않겠는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고향 땅을 지나가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했다고 법대로 딱지를 뗀다면 누가 기분 좋겠는가. 외지차량으로 인식되는 경우 주차위반 했다치면 일단 안내하고 그래도 위반하면 단속함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또 관광지에서 주차비를 무조건 징수할게 아니라 현지에서 물건을 사거나 음식점이라도 이용한 영수증이 있다면 무료까지는 아니라도 조금 깎아주면 얼마나 고맙겠는가. 모처럼 고향을 찾은 방문객한테 바가지를 씌워서는 곤란하다.

 

"전라도 방문할 적마다 딱지 안 뗀 적이 없다. 대구나 부산가면 위반했더라도 외지사람이라고 하면 조심하라면서 친절히 알려주던데 전라도는 외지인에 아주 배타적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업하는 한 친구의 토로다.

 

사람 발길을 옮기게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한번 돌린 발걸음을 되돌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방문객한테 좋은 추억거리를 남겨 다시 찾게 만드는 건 지역 주민과 행정가들의 몫이다.

 

/ 이승용 (한국경제TV 경영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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