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데우스, 이끼, 전우치…등
주말이 낀 연휴 덕에 추석 TV 특선영화 가짓수가 뚝 떨어졌다. 대부분 한 번 이상 텔레비전에서 방영했던 작품이라 기대감도 적은 편. 하지만 혼자 영화관 갈 필요 없이 배 긁으며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냄새나는 오징어를 뜯는다고 해서, 소리 지르거나 전화 통화를 한다고 해서 눈치 줄 사람은 없으니 위안삼아보자.
- 9월 10일 토요일
▲ 아마데우스 (KBS1 오전 0시 15분)
공중파 3사를 통틀어 이 날은 '아마데우스'가 유일한 영화다. 1984년에 만들어지고 1985년에 개봉했다고 하니 고전 중의 고전.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야기쯤은 들어봤을 명작이다.
눈보라치는 어느 날 밤, 한 노인이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수용소에 수감된다. 그는 수용소를 찾아 온 신부에게 자신을 요세프 2세의 궁정 음악장인 살리에르(F.머레이 에이브러햄)라 밝히며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데. 모차르트(톰 헐스)와 그의 얽힌 관계, 천재성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픽션이 더해진 실화이다 보니 아직까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 논란 자체가 아직까지'아마데우스'에게 관심이 있다는 반증. 시간이 지나서도 촌스럽지 않은 고전을 느껴보자
-9월11일 일요일
▲ 이끼(KBS2 오후 10시 35분)
'청소년 관람불가'인 등급의 '이끼'가 어떻게 각색되어 텔레비전에 등장할지 기대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말처럼 알 수 없는 사람들과 그들 사이의 이야기. 도시 생활을 정리한 해국(박해일)은 의절한 채 지내온 아버지 유목형(허준호)의 부고 소식에 아버지가 거처하던 시골 마을을 찾게 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이상한 반응에 의문을 품게 되고 아버지 죽음까지도 의심스럽게 되는데.
개봉 당시 호불호(好不好)가 극심하게 갈렸던 영화인만큼 안방극장에서는 어떻게 비춰질지도 관심 사항이다. 2007년부터 연재됐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 백야(KBS1 오전 0시 25분)
이쯤 되면 눈치 챘겠지만 이번 추석 KBS1 채널은 고전 영화들의 향연이다. 그 두 번째 주인공이 1985년 개봉작 '백야'.
긴 백야가 계속되는 시베리아 상공을 지나가던 한 여객기가 기체 고장으로 불시착하게 된다. 탑승객 중에는 소련에서 망명한 세계적인 발레리노 니콜라이(마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있었고 불시착 이후 소련 KGB의 차이코 대령(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과 맞닥뜨리게 된다. 차이코 대령은 니콜라이를 강제 송환해 새로 지은 카로프 극장의 첫 공연 무대에 그를 출현시키려 한다.
춤과 음악이 가슴 벅차게 만드는 영화로 지금까지 나온 무용 작품 중 최고의 댄서를 만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젊은 얼굴의 배우들을 보는 재미와 완벽한 해피엔딩까지 단점을 꼬집기가 더 어려운 영화다.
-9월 12일 월요일
▲ 방가?방가!(KBS2 오후 8시 50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던 '방가?방가!'는 무거운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와 웃음으로 버무릴 수 있다는데 만점을 주고 싶은 영화다.
동남아인 스러운 외모를 자랑하는 방태식(김인권)은 면접만 보면 떨어지는 낙방의 달인이다. 취업을 위해 부탄인 방가로 변장한 그는 외국인노동자로 백수를 벗어나는데.
방태식의 취업성공기는 눈물과 역경의 연속이다. 비록 우리는 영화를 보며 웃고 있겠지만 외국인노동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불법체류자, 청년실업 같은 사회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만큼 쓴웃음이 끊이지 않으며 이 영화를 우리의 거울 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님은 먼곳에(MBC 오전 0시 15분)
가끔씩 마을에서 노래 부르는 게 소일거리인 순이(수애)는 시어머니의 등살에 못 이겨 군대 간 남편 상길(엄태웅)의 면회에 나선다. 하지만 따뜻한 말 한 마디 없는 남편. 순이는 다음 달도 어김없이 남편의 면회를 가지만 상길은 베트남전에 자원해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행방조차 알 수 없는 남편을 찾기 위해 베트남으로 떠날 결심을 한 순이는 위문공연단 보컬로 합류한다.
큰 재미나 감동은 없지만 은근하게 여운이 남는 영화다. 스토리 자체에 빈틈이 보여 아쉽고 관객에게 친절하지 못한 것이 흠. 그나마 정재영을 비롯한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조합이 이 영화의 힘이요, 영화를 살린 일등공신이라 봐야겠다. '남편 찾기'가 아닌 '자아 찾기'로 이해하고 시청한다면 영화를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전우치 (SBS 오전 0시 35분)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 맨 등 모양도 역할도 가지각색인 서양 영웅들에 질렸다면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무비는 지향한 '전우치'가 제대로된 처방이다.
500년 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에 손에 넘어가자 세상은 시끄러워지고 당대의 신선들은 도인 천관대사(백윤식)과 힘을 합쳐 요괴를 물리친다. 한 편,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둔갑술로 소동을 일으키자 신설들은 화담(김윤석)과 천관대사를 찾아가는데 이미 그는 살해당한 상태. 범인으로 몰린 전우치과 그의 개 초랭이(유해진)은 그림족자 속에 봉인되게 되는데. 시간이 흘러 2009년 서울, 요괴들이 다시 활개 치자 다시 전우치를 찾게 된다.
강동원과 임수정의 출현으로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이 영화는 킬링 타임용으로 제격. 블록버스터급은 아니지만 제법 화려한 액션신을 자랑하며 조연인 초랭이 역의 유해진을 비롯해 신선들의 나사 빠진 듯한 행동이 웃음을 유발한다.
- 9월 13일 화요일
▲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KBS2 오전 8시 10분)
퓨전사극인 '조선명탐정'은 김탁환의 역사 추리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많이 각색이 되긴 했지만 추리물의 매력은 변하지 않았다. 스토리도 훌륭하지만 김명민, 한지민 두 배우의 연기에 초점을 맞추면 영화의 재미를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명품 조연으로 이름 난 오달수도 한 몫 톡톡히 해냈다.
탐정물의 교과서라 불리는 셜록 홈즈와 그의 절친이자 도우미인 왓슨 박사처럼 김명민과 오달수 콤비의 탐정 이야기가 흥미롭다. 개봉 당시 3주째 1위를 기록했으며 제작사인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는 10편이 넘는 한국판 대표 시리즈 영화를 만들고 싶다 밝힌 바 있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들을 위해 이번 추석에는 1편을 놓치지 말자.
▲ 의형제 (KBS2 오전 11시 20분)
2010년 개봉한 장훈 감독의 영화. 송강호와 강동원의 만남이 눈길을 끌었다.
국정원 요원 한류(송강호)와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총격전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그러나 작전 실패로 한류는 국정원에서 파면 당하고 지원은 배신자로 찍혀 북에서 버림받게 된다. 그로부터 6년 뒤, 다시 우연히 마주친 이들은 서로의 신분을 숨기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함께 일하게 되는데. 적으로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형제처럼 느끼게 되는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지만 결정을 해야 하는 시간은 다가오고 만다.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이런 남북 관계에 대한 영화로는 '쉬리' 이후 애정 있게 봤던 작품. 무엇보다 이런 영화도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훈훈하게 끝나는 결말이 깔끔하고 감동적이다. 극장에서 놓친 관객이라면 꼭 봤으면 하는 최근작이지만 연휴의 마지막 날이니 무리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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