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여고부 경기 '14m41' 금메달…소년체전 5연패
키 175㎝·몸무게 114㎏의 '소녀'가 점퍼를 벗자 팔뚝 아래로 까맣다. 양어깨는 반대로 하얘 꼭 '흰 반팔'을 입은 것 같다.
일명 '버섯머리'를 한 이 소녀는 10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 육상경기장에서 벌어진 '제92회 전국체전' 여고부 포환던지기 결승에서 14m41을 던져 우승했다.
이리공고(교장 오석점) 1학년 이미나는 전국체전 첫 무대에서 개인 최고 기록(14m65)에는 못 미쳤지만, 2위 대전체고 2학년 김우전(12m99)과 3위 경기 경민여자정보산업고 2학년 권수아(12m59)를 가볍게 제쳤다.
여대부 '언니들'과 비교해도 기록은 뒤지지 않는다. 이날 여대부 포환던지기 1위 신봄이가 15m14, 2위 오진순(이상 한국체대 1학년)이 14m14를 던졌으니, 이미나가 여대부에 나섰어도 은메달은 따는 셈이다.
이미 익산 함열초 5학년 때부터 익산 지원중 때까지 소년체전 5연패를 달성한 이미나는 지난 7월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육상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오르는 등 이미 국내 수준을 벗어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를 지도해 온 최진엽 이리공고 감독(54)은 "미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전국 대회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며 "해마다 (전국 대회) 8관왕은 기본이고, 초등부·중등부 부별 신기록도 세웠다. 전북에 저런 선수는 전무후무하다"고 '애제자'를 칭찬했다.
그는 "육상이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미나가 중 2 때 유도와 역도 쪽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해와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며 "엄마, 아빠가 많이 아파 미나가 늘 마음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영훈 씨(52)는 3년 전 식도암과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가 최근 재발했고, 어머니 강예순 씨(53)는 9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것.
부부는 이날 딸을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았다.
'기분이 어떠냐'는 물음에 아버지 이 씨는 "제 기록도 못 깼는데…"라며 무뚝뚝하게 말하면서도 입가엔 흐뭇함이 배어 있었다. 어머니 강 씨는 "미나만 오면 집이 명랑해지고, 화목해진다"며 "미나는 '우리 집 기쁨조'"라고 말했다.
경기 후 도핑(doping) 테스트를 마친 이미나는 "연습이 완전히 된 게 아니고, 시합 전 몸이 확 올라오지 않아 불안했다"며 "기록을 늘려서 내년엔 부별 신기록을 깰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환던지기 여고부 신기록은 충남 논산시청 이명선 감독이 세운 15m80.
이미나는 "내년 런던올림픽은 힘들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꿈"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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