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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경제학의 만남

조승규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지난해 하반기 동안 써오던 '경제컬럼'에서 본 컬럼으로 지면을 옮겨 독자분들과 교류를 지속하게 되었다.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학의 묘미를 우리 일상생활의 단면을 통해 쉽게 풀어쓰는 연재를 계속하고자 한다.

 

지난해 10월 25일자 경제컬럼을 통하여 필자는 불확실성 하에서의 '손실회피성향(loss aversion)'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확실한 금액 X원를 보장하는 대안 A와, 경우에 따라 X원보다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어 불확실한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지만 평균적 기대액은 똑같이 X원으로 같은 또다른 대안 B가 주어졌다고 하자. 이 때 사람들은 불확실성의 대상이 이익에 대한 경우에는 확실한 이익 A를 불확실한 이익 B보다 선호하지만 그 대상이 손실에 대한 경우에는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인해 불확실한 손실B를 확실한 손실 A보다 선호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경제심리 이야기이다. 카지노에서 따고 있는 사람들은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잃고 있는 사람들은 손해를 만해할 욕심에 밤을 지새우게 되는 바로 그 이유이다.

 

경제학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경제학회지(American Economic Review)에 이 주제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결과가 몇 달 전 발표된 바 있는데 그 내용이 사뭇 흥미롭다.

 

펜실바니아대학교의 행태경제학자들인 포우프(Pope)와 쉬바이쩌(Schweitzer)는, 퍼팅 하나의 성공 여부가 수억원의 상금차이를 가져오기도 하는 PGA대회들에서 프로골퍼들의 퍼팅행태를 수년에 걸쳐 집중관찰한다. 다양한 그린 상황에서 비슷한 거리에 남겨진 버디퍼팅과 파퍼팅 250만여개에 대해 레이져관측기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정교한 통계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이 행태경제학자들은 프로골퍼들이 버디퍼팅보다 파퍼팅에 대해서 훨씬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쓰고 있다. 버디퍼팅에 대해서는 안전을 추구하여 대체로 홀보다 짧아지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파퍼팅의 경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홀을 지나가도록 과감히 치고 있었으며, 실패한 퍼팅의 경우에도 파퍼팅의 경우가 홀로부터의 거리오차가 더 컸던 것으로 관찰되었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전성기의 타이거우즈를 포함한 모든 프로선수들에게 일관되게 목격되었다.

 

이 관찰결과는 행태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불확실성 하에서의 손실회피적 성향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골퍼들이 경쟁하여 네 라운드의 총 타수를 합산해 순위를 결정하는 PGA경기에서, 72타 이상의 오버파 스코어로는 어지간해서는 상금획득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PGA선수들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프로선수라 하지만 그 어떤 퍼팅도 100%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패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이런 상황에서, 버디퍼팅은 성공하면 언더파를 기록하는 '이익'이 되고 실패하더라도 본전은 보장할 수 있는 한편, 파퍼팅은 성공하면 본전이지만 실패하면 오버파 즉 '손실'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선수들은 버디퍼팅에 대해서는 본전인 파를 기준점으로 하여 이익의 틀로 셈을 하게 되므로 최소한 파는 성공시키겠다는 심리가 우선하여 안전한 플레이 즉 '위험회피적' 행태를 보이게 된다. 반면 손실의 틀로 셈을 하게 되는 파퍼팅에 대해서는 퍼팅실패로 인한 손실을 피하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여 더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손실회피적 또는 위험선호적' 행태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 행태경제학이 발견한 골프에서의 비밀이다.

 

프로골퍼들의 퍼팅행태까지 경제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게 생뚱맞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모든 상황에서의 최적의사결정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이 곧 경제학의 한 중요한 숙제이고 보면 경제학자들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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