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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

김명웅  재경완주군향우회장

 
요즘같은 겨울철에는 희미한 등잔불 밑의 따끈한 온돌방 아랫목에서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 이야기를 듣다가 문풍지가 바람에 떨리는 소리를 들으며 슬며시 잠이 들었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른 새벽에 어머니가 아침 준비를 하기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밤새 차가워졌던 아랫목에서 따뜻한 온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우리들을 포근하게 해주기 때문에, 일어나기 싫어 게으름 피우다가 허겁지겁 책보를 둘러메고 학교에 가던 생각들이 기억에 새롭다.

 

또한, 몸이 으스스하거나 뻐근할 때 절절 끓는 아랫목에서 두터운 솜이불을 덮고 몸을 한번 지져봤으면 얼마나 개운할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온돌은 우리민족의 전통적인 가옥난방으로, 구들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언제부터 사용하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선사시대 이전부터 사용되었을 것으로 문헌이나 기타 유적에서 그 흔적이 발견되어 왔다.

 

이 온돌만이 가지고 있는 난방형태의 구조를 보면, 우리가 '아궁이'에서 불을 때게되면 그 불길이 '고래'라고 하는 통로를 지나가게 되는데, 다음에 그 불길이 잘 통하고 역류하지 못 하도록 하는 '불목'(부넘기,부넹기)을 거쳐 가면서, 열기가 오래 머물도록 방구들 윗목 아래에 고래보다 약간 깊게 파놓은 '구들개자리'를 통하게 되는데, 이곳은 공기와 열이 적당히 혼합되는 자리이다. 그다음에는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열기를 오래 머물도록 하며 연기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굴뚝개자리'가있어, 연기는 연통을 통하여 '굴뚝'으로 내보내게 된다, 아랫목의 구들장은 열의 전도가 좋은 넓고 두터운 돌로 하고 윗목의 구들장은 얇고 작은 돌로 깐 다음에 그 위에 황토로 바닥을 한 난방방식이며, 방바닥에는 장판지를 깔고 그 위에 콩기름으로 윤을낸 온돌방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상당히 과학적이고 실용성이 우수하게 보인다.

 

이렇게 수 천년동안 사용되어온 온돌방의 장점은 더운 부분과 차가운 부분이 있어서, 아랫목은 철철 끓지만 윗목은 서늘하다. 발은 따뜻하고 머리 부분은 시원해서 건강에 아주 적격이고, 취사와 난방을 함께 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열효율이 높으며, 아궁이에서 타고남은 숯은 화로에 담아 안방에서 바느질과 다리미질을 할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또 난방방법이 복사식이며 대류식이고 방바닥은 황토로 하였기 때문에 요즈음 각광을 받고있는 원적외선을 방출할 수 있으므로 자연 친화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루종일 친구들과 해 지는줄 모르고 정신없이 뛰어 놀다가도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굴뚝의 하얀 연기를 보게되면 이제는 집에 들어가서 밥먹을 시간을 알았고, 더러워진 손을 씻으려 무거운 솥뚜껑을 열어 뜨거운 김이 나는 물 한 바가지로 대충 손과 발을 씻고나서 허겁지겁 할머니가 계신 아랫목에 들어가 꽁꽁 얼어버린 몸을 녹이고 있으면, 아랫목 이불 보자기에서 따뜻한 밥그릇을 꺼내 주시던 어머니의 주름진 손이 그리워 지는것이 지금 생각 해보니 얼마나 아늑하고 평화 스러운 고향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자주난다.

 

이렇게 겨울나기의 수단이었던 온돌이 연탄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보일러로 바뀌어 편리함은 더해졌지만 아랫목에 대한 그리움은 옛날 같이 않아 무언가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것만 같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느낌은 다르지만 온돌의 향수를 찾으려고 즐겨 찜질방을 가게 되지 않는가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여서 선조들은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마루나 나무밑 정자 그늘에서 더위를 달랬고, 추운 겨울에는 따끈한 온돌방과 화롯불에서 추위를 달랬다.

 

이러한 습관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한옥이든 양옥이든 단독주택이든 아파트든 한국의 주택은 모두다 온돌로 되어있다. 우리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선조들의 생활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리들만의 관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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