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향우 모임이 먹고 마시는 장이 되거나 특정인의 정치적 선전장이 되는 경우가 있어 썩 내키지 않은 적이 많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혹 누군가가 그것을 의도했더라도 참석자 대부분이 그렇게 느끼지 않았고 행사주최자가 누군지도 모를 정도였으니 모임은 그냥 유쾌함 그 자체였다. 그래서인지 다음 모임은 언제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고 다음엔 더 많은 고향 사람들이 참석하도록 권유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대학생 14명에 대한 장학금 지급이었다. '바로 이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이 고향에 가지는 애틋함이란 정말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런데 이제 보니 가장 좋은 방법 하나가 생긴 것이다. 요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바로 고향 아이들을 반듯하게 키우는 것이 아닐까 한다.
대학생인 큰 아이가 지난 달 장학금을 받고 나서 대견스럽게도 절반을 떼어 기부 의사를 밝히는 바람에 필자도 그 액수만큼 채워 어딘가에 기부를 하려던 차에 이번에 적당한 사용처를 찾은 것이다. 친구 몇에게 동참 의사를 타진했더니 모두들 흔쾌히 동의를 하였다.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 그 마음을 함께 담아 전달하면 그만이다.
요즘 들어 부쩍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지인은 어린 시절 구로동 단칸 방에서 어머니, 형과 함께 어렵게 산 기억 때문에 성공하면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 성공할지 모르겠고 더 기다렸다가는 마음이 변할지 몰라서 작년에 전격적으로 '아너 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에 가입하였단다.
또한 최근에 만난 거래처 사장님은 본인을 포함해 20여 기업인들이 10여년부터 매달 각각 이십여만원씩을 거두어서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 놓기도 했다. 주말마다 시골 농장에 내려가 손수 가꾼 과일이며 채소, 그리고 쌀을 이웃과 나누는 종합검진병원 이사장님도 최근 알게 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이달 조찬 특강에 모셔온 유명 대학교수님의 강의 화두도 '나눔의 원칙과 실천'이다. 우연히 돌린 TV채널에서 차인표의 컴패션을 접하게 된다. 이제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카타르시스를 해소해 주는 재치 있는 대사 보다는 원음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겠다는 개그코너 출연자들의 멘트가 더 귀에 솔깃하다.
갑자기 주위에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급증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소위 칵테일파티효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효과 말이다. 즉, 칵테일파티나 잔치에서처럼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한꺼번에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관심을 갖는 이야기만을 골라 듣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의식에 강하게 각인된 기억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선택적 지각의 일종이라고 한다. 어떤 일에 골몰하고 있으면 신문을 보더라도 그와 관계되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온갖 부정적 뉴스가 만연하는 우리 사회가 긍정적 칵테일파티효과로 넘쳐났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금요일 모임처럼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모임에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참석하려고 한다. 정작 칵테일은 나오지 않는 모임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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