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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 재미없는 영화' 편견 깨졌죠"

전주영화제 자막가 첫 합류한 국성호·오신애·홍아라씨 "남들보다 영화 먼저 보는 매력"

▲ 올해 처음으로 자막팀에 자막가로 참여한 홍아라, 오신애, 국성호씨(왼쪽부터).

Q =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은.

 

R = 프로그래머. 딩동!

 

Q = 그 다음으로 영화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은.

 

R = 자막팀. 딩동!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하기 2개월 전부터 자막팀이 가동됐다. 자막가들은 올해 초청된 상영작 42개국 184편의 영화들을 나누어 본 뒤 음성을 추출해 장면 장면에 맞게 자막을 넣고, 영화제 기간 사고 없이 자막 상영을 돕는 일. 이를 위해 적게는 10편 안팎의 영화들을 안 좋은 비디오 화면으로 수십 번 반복해서 봐야 하지만, 이들의 고충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좋은 경험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달려들었다가 영화를 수없이 본 덕분에 빨간 토끼눈이 되고야 만 국성호(28) 오신애(24) 홍아라(24·전북대 행정학과 4)씨는 올해 처음 전주영화제 자막팀에 합류한 '용감한 녀석들'이다.

 

"맨 처음 자막을 넣을 땐, 한글 자막 없이 하거든요.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싶고, 두번 째 봐도 이런 뜻인가 싶고, 번역이 와서 보면 '아! 그런 말이었구나!'하게 돼요."(웃음)

 

국성호씨의 이야기에 홍씨도 "대사가 없는 영화도 있지만, 빠른 대사가 나올 경우 놓치지 않고 챙겨야 하는 세심함이 많이 요구됐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접하기 힘든 영화들을 보면서 견문이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오씨는 자막팀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보람으로 "남들보다 영화를 가장 먼저 보게 된다는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내가 자막을 넣은 영화는 '내 영화'라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오씨가 꼽은 잊을 수 없는 영화는 〈나는 너의 것〉. "초반에 받은 영화인 데다, 가장 오래 봤고, 가장 많은 공이 들었다." 이 영화는 20대 여성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법한 사랑과 상처, 치유의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 "소장하고 싶을 만큼 음악이 너무 좋았지만 영화제 개막 전 극장에서 자막 상영을 연습해보면서 실수가 나와 애증이 담긴 작품이 돼 버렸다."

 

국씨는 "남자라면 갖기 쉬운 로봇에 대한 환상 혹은 열광을 담은" 〈로보-G〉에 애착이 가장 많다. 로봇 탈을 쓴 할아버지가 전하는 좌충우돌 코미디는 영화제 기간 매진 행렬을 이뤄 스스로도 뿌듯했다. 〈불가의 앉아〉를 통해 "내가 결혼해서 40~50대가 되면 저런 부부의 모습이었으면" 생각한 것도 잊을 수 없는 경험.

 

영국의 신예 벤 리버스의 첫 장편 데뷔작〈바다에서의 2년〉은 홍씨의 뇌리에 남는 작품이다. "단조로운 노인의 일상을 흑백영화로 표현해내 지루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마치 노인을 몰래 지켜본 것 같은 기분이 오래토록 남는다"고 했다.

 

이들이 영화제를 통해 함께 배운 것은 뭘까. 낯선 영화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삼총사'는 "무엇보다 '독립영화 = 재미없는 영화'라는 편견이 완전히 깨졌고, 아무리 재미없는 영화라도 여러 번 보면 재밌는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면서 "남은 기간 관람객들이 전주영화제를 마음껏 즐겨 달라"고 당부했다. 사소한 실수는 너그러이 눈감아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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