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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다이어리 vs 간첩

 

■ 부정을 덮을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 - 돈·여자 그리고 양심

- 럼 다이어리 (드라마, 코미디, 멜로/ 120분/ 청소년 관람불가)

'럼'은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증류주의 이름이다. 럼, 당밀이나 사탕수수의 즙을 발효시켜서 증류한 술로 '뱃사람의 술'이라 불릴 만큼 선원들에게 널리 애음됐다. 최소 40도가 넘는 이 독한 술로 써진 일기, 어떤 모습일지 대략 상상이 가지 않는가.

한때 소설가를 꿈꾸던 폴 켐프(조니 뎁)는 '타임'에서 해고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뉴욕을 떠나 카리브 해 연안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로 떠난다. 이곳의 지역신문사 기자가 됐지만 럼주나 마시고 별자리점 기사나 쓸 뿐이다. 그런 그에게 부동산 개발업자 샌더슨(아론 에크하트)이 접근한다. 샌더슨은 거액을 제시하며 불법 리조트 기사를 써달라고 청탁하고, 그의 약혼녀인 셔널(엠버 허드)까지 접근해 켐프를 유혹한다. 켑프는 부정을 덮을 것인가 아니면 돈과 여자를 선택할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럼 다이어리'는 자본의 횡포 위에 가려진 언론의 활약상을 담으려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딱딱하거나 어렵지는 않다. 1960년대의 아름다운 카리브 해(지금의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를 배경으로 했고, 나사 몇 개쯤 풀린 듯 한 조니 뎁의 특유의 유머와 여유가 영화를 지배하기 때문.

배우 조니 뎁이 1998년, 헌터 S. 톰슨의 소설을 발견해 영화를 만들리라 다짐했고 자신의 영화사를 창립하면서 '럼 다이어리'는 탄생했다. 작품의 진가를 알아본 배우 덕에 '럼 다이어리'는 시종일관 즐겁다. 강력한 비판의식을 주목한다면 쏠쏠한 울림이 있을 것. 물론, 여타의 코믹 영화만큼의 웃음이나 개그를 원하는 건 금물이다.

 

 

■ 신고보다 물가상승이 더 무섭다? 먹고 살기 바쁜 그들

- 간첩 (드라마, 코미디, 액션/ 115분/ 15세 관람가)

명절 연휴를 겨냥한 영화라면 '전체 관람가'나 '15세 관람가' 정도의 등급에 코미디 요소는 필수다. 외화보다는 우리나라 영화를 더 선호하고 영화가 너무 무거워서도 안 된다.

이런 명절 영화의 특징을 모두 갖춘 영화, '간첩'이 개봉했다. 간첩을 소재로 한 '의형제'보다 직접적인 제목과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나 '간첩 리철진'보다 더 심오(?)해졌다.

비아그라를 판매하며 전세금 인상에 시달리는 평범한 가장인 김과장(김명민)은 남파 22년차 간첩 리더다. 살림하랴, 일하랴 하루가 바쁜 억척스러운 동네 부동산 아줌마, 그녀는 로케이션 전문 여간첩 암호명 강대리(염정아). 공무원으로 명퇴 후 탑골 공원에서 시간 때우는 독거노인은 간첩 암호명 윤고문(변희봉)으로 신분세탁 전문가다. 여기에 소 키우며 FTA반대에 앞장서는 귀농 청년은 해킹 전문가 암호명 우대리(정겨운). 이들은 간첩신고보다 남한의 물가상승이 더 무서울 뿐이다.

이런 생활형 간첩들 앞에 피도 눈물도 없는 북한 최고의 암살자 최부장(유해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10년 만에 간첩들에게 내려진 암살지령. 과연 이들을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제목은 그 무엇보다 직접적이지만 '간첩'은 절대 간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현재를 사는 사람들,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은 적응해 사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담은 것. 남북관계에 대한 코멘트 보다는 FTA나 명예퇴직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 것도 그 때문이다. 후반부에는 생각보다 진한 액션신이 기다리고 있다. 의미하는 바나 상징하는 바가 있겠지만 그저 '추석용 영화'답게 머리를 비우고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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