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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누아르 '신세계' vs 발랄한 코미디 '분노의 윤리학'

   
 
 
▲ 영화 신세계, 분노의 윤리학

아이들의 방학이 끝났으니 바야흐로 어른들을 위한 시작이다. 영화계가 의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이렇게 쏟아져 나온 것은 분명 드문 일. '7번방의 선물'처럼 아름답고 순순한 영화가 계속 극장가 1위를 지켰지만 이번 주는 자리를 내줘야 할 듯 보인다. 똑같은 범죄 드라마 장르로 등장한 청소년은 볼 수 없는 국산 영화 두 편이다.

 

■ 신세계 (범죄, 드라마/ 134분/ 청소년 관람불가)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의 넘버2인 정청(황정민)은 같은 조직의 이자성(이정재)을 친 형제처럼 아낀다. 그러나 자성의 정체는 조직에 잠입한 형사. 이들의 위험한 관계에는 이 잠입수사 작전을 설계하고 조직의 목을 조이는 형사 강 과장(최민식)이 있다. 강 과장에게 자성은 꼭두각시 일뿐. 그렇게 자성은 깡패도 아니고 경찰도 아닌 '사람'으로 살아갈 뿐이다.

 

영화 제목인 '신세계'는 강 과장의 프로젝트 명으로 조직의 대표가 죽은 후 후계자 자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개입하는 음모(?)가 숨어 있다.

 

사실 범죄조직에 잠입하는 이런 '누아르풍'의 영화는 넘쳐난다. 홍콩 영화 '무간도'가 공식처럼 세워놓은 '잠입 스토리'는 이후 등장한 많은 영화들의 모티브이자 전부가 돼 버릴 정도였다. 그런데 '신세계'는 그런 반복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관람하는 동안 어느새 '무간도'는 잊혀져 버린다.

 

황정민, 이정재, 최민식 세 배우만 놓고 이야기해도 '신세계' 관람 이유는 설명된다. 하지만 그 이상이 나타나는 부분은 바로 감독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를 만들었던 그는 강한 남성 캐릭터들을 주축으로 선과 악의 대립을 만들어 낸 것. 마치 앞 영화들과 한 편 인양 이어지는 감독의 일괄적인 마초이즘은 여성들에게 다소 불편함을 주면서도 '나쁜남자' 캐릭터에 반응하는 여성의 양면성을 건드리는 미묘함이 있다. 또한, 선과 악이 있으면서도 경계성은 모호한 상황에서 미묘한 흥분을 일으킬 것. 절대 악과 절대 선을 구분할 수 없는 현실처럼 말이다.

 

 

■ 분노의 윤리학 (범죄, 드라마/ 110분/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에게 '분노의 윤리학'을 만든 배경을 물어봤더니 어느 날 있었던 부모님의 부부싸움을 얘기했다고 한다. 아빠 말을 들어보면 엄마가 잘못했고, 엄마 말을 들어보면 아빠가 잘못한, 분명 누군가는 잘못해 싸움이 일어난 것인데 무엇을 기준으로 하냐에 따라 잘잘못이 달라지는 상황인 것이다.

 

'분노의 윤리학'은 그런 영화다. 여대생 살인사건에 얽힌 다섯 인물의 이야기 속에 누군가는 잘못했지만 누가 제일 나쁜지는 말할 수 없는 영화. 미모의 여대생이 살해되고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들은 서로의 존재를 눈치 채면서 결백을 주장한다. 여대생의 아파트 옆집에 살면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청하는 젊은 교통경찰(이제훈), 삼촌을 자임했던 잔인한 사채업자(조진웅), 끝난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토킹하는 옛 애인(김태훈), 아내 모르게 불륜을 저지른 유명 대학교수(곽도원 )모두 나름의 이유를 대고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한다.

 

도청하는 경찰은 남에게 피해 준 적 없다고 발뺌하고, 사채업자는 "돈만 벌면 돼"라는 입장. 스토킹한 남자는 "사랑해서 그런 거야"라는 변명으로, 유명 대학교수는 아내만 모르면 된다고 둘러댄다. 이런 가운데 자신만은 순결하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여인(문소리)이 나타난다.

 

이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이 가운데 제일 악인을 찾아내는 것은 오롯이 관객의 몫. 영화의 재미가 이곳에 있기도 하다. 언뜻 복잡해 보이는 과정이지만 캐릭터 위주로 풀어내 마지막에 터지는 발랄함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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