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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간 서로 "합의사항 불이행" 첨예한 대립

노조 "파업복귀 조합원 강제 연차·휴가 부여" / 사측 "중재위 참여와 단체협약 해지는 별개"

 
▲ 전북 남원의료원 노사가 사적중재위원회 구성과 사측의 단체협약 해지 통보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노조측(위)과 병원측이 각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진주의료원 사태를 계기로 지역 공공의료원이 전국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0일 서울에서는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등 지방 공공의료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들 기관은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에서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관이지만 만성 적자로 운영난을 겪고 있어 존폐까지 거론되고 있다. 도내 남원의료원도 지난해부터 노사갈등이 불거져 현재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사간 단체협약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 지난해에는 개원 이해 첫 파업까지 발생했다. 사적 중재위원회 구성까지 협의했지만 아직까지 대화의 진전은 없다. 노사 양측의 쟁점사항을 짚어보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파업부터 중재위 구성 무산까지

 

남원의료원은 지난해 6월부터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안 등을 두고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다.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가운데 지난해 12월7일 노조는 사측이 개악안을 제출했다며 의료원 설립 이래 첫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노조 측은 교섭 과정에서 사측이 노무사에게 교섭권을 위임해 노사관계를 악화시켰고, 전북도가 노사의 자율적 합의 사항을 이사회에서 미료안건으로 처리하면서 노사합의를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임금 총액 대비 3.5% 인상 △체불임금 지급 △주5일제 근무와 이를 위한 정규직 19명 충원 △간호 5등급 상향을 위한 간호사 23명 충원 △야간 근무수당 현행 50%에서 100%로 개선 △2014년 1월 탁아소 개원 △야간근무자 야식비 지급 △조합의 후생복지기금으로 매년 500만 원 출연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임금인상과 체불임금은 경영상태와 연동해 지급하지만, 단체협약에 규정된 경영권과 인사권에 관한 노조 합의는 다른 의료원과 비교해 불합리한 만큼 협의 사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측은 △노동조합 강제 가입제도(유니온샵) 폐지 △노동조합 간부 인사 시 노사 합의를 협의로 변경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및 의결 조항 변경 △정관 및 규정 제·개정시 노사합의를 협의로 변경 등을 내놓았다.

 

이후 27일 뒤인 올 1월2일 노조는 크게 3가지 사항에 대해 사측과 합의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노조의 파업 철회와 사측의 단체협약 해지 철회는 비롯해 각종 고소 고발건 취하, 업무복귀 뒤 인사상 불이익 처우를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또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해 3월4일까지 매주 교섭을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사·정이 각각 1명씩 추천해 모두 3명으로 '사적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중재위의 결정을 수용키로 했다.

 

노사는 교섭에 난항을 겪으며, 결국 중재위 구성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노사, 상호 합의 불이행 쟁점

 

양측은 지난 17일 전북도의회에서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고 연초 합의한 사항을 서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남원의료원장이 지난 1월2일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중재위 구성이 잠정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합의사항과는 다르게 일부 파업 복귀 조합원에게 강제 연차 휴가와 휴일을 부여해 인사상의 불이익을 줘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재위를 구성하기 위해 도의회가 추천한 인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도의회에 추가로 요청한 자료를 기다리는 가운데 사측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해 합의 사항을 불이행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사측은 노사가 협의한 대로 노조의 중재위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교섭기간이 끝난 뒤 전북도의회에서 추천한 중재 위원에 대해 노조가 40일 넘게 무응답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중재위 참여와 단체협약 해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13일까지 새로운 단체협약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기존 단체협약이 자동 갱신되기 때문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설명이다. 첫 협상을 시작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합의가 안 되면 철회할 수 있다는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했으며, 미리 알린 만큼 일방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파업 철회 뒤 평소보다 줄어든 환자로 인해 경상비를 줄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1개 병동의 문을 닫으면서 일부 인원에 대해 연차·휴가를 실시했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노사는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불신을 나타냈다. 그동안 노조는 '강성 병원장'이 노조를 무력화려는 수순인 만큼 현재 원장과는 대화가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반면 사측은 병원장의 적자 감소 노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 전임 원장 퇴임시절 18억 원이었던 체불임금이 11억 원 수준으로 줄었으며, 근무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파업 철회 뒤 교섭과정을 두고도 노조는 "병원장이 합의사항을 거부해 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며 사측의 의지 부족을 비난했다. 더불어 노조는 "사측은 우리가 중재위 구성을 거부한 것처럼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사측은 "주 2회 16번의 교섭을 했어야 하는데 노조가 이를 회피해 5번만 이뤄졌다"며 "70여개 단체협약 사항 가운데 직제 개편, 임금체계 등 요구 사항을 6개로 줄이는 등 사측이 양보하며 교섭에 응했다"고 말했다.

 

△적자 경영이 노사갈등 증폭

 

지역 공공의료원 문제는 결국 적자 해소다. 복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방의료원 34개 가운데 흑자를 낸 의료원은 2010년 6개, 2011년에 7개였다. 대부분은 장례식장과 같은 부대시설을 운영한 결과며, 의료수익으로 흑자를 낸 곳은 김천의료원이 꼽힌다.

 

남원의료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영적자 352억 원, 부채 247억 원, 체불임금 11억 원이 빚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만큼 단체협약에서 노조에게 인사권과 경영권이 부여돼 병원 경영에 제한을 받는다는 의견이다. 노조는 기존 단체협약은 지난 26년간 노사간 대화한 결과물로 다른 지방의료원에도 노조 활동이 이뤄지는 가운데 흑자를 낸다면 맞서고 있다.

 

도립인 남원의료원의 사태를 해결하는데 그동안 전북도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도 있다.

 

사측의 주장처럼 단체협약에서 노조에게 과도한 인사·경영권을 부여한 것은 기존 사측과 노조가 이룬 단체협약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문제가 확산되지 않다 적자가 쌓이면서 경영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노사간 갈등의 수위가 높아졌다.

 

현재 남원의료원은 5개 병동이 모두 정상 운영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지난 1월2일 합의한 사항을 계속 이행하지 않을 경우 파업도 다시 고려하고 있다. 사측이 지난달 13일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함에 따라 오는 9월13일부터 그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면 기존 단체협약이 무력화되면서 노조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노조도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노사간 갈등으로 시민의 불편이 재현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노조는 "노사간 대화를 통해 현재의 단체협약이 만들어졌고 사측은 이 가운데 노조의 인사권 개입을 문제 삼지만 노조간부를 파면할 때만 노사합의다"며 "단체협약 해지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재파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의료 수행 지원·대안 마련 필요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비중이 10% 수준인 상황에서 지역 공공의료원이 공공병원의 기능을 수행하며 수익을 남기지 못하고 있는 만큼 '건강한 적자'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응급의료나 감염병 대처, 호스피스 완화 의료 등을 하는 민간병원이 수익을 남기는 비급여 진료를 적게 해는 만큼 평균 진료비가 낮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공의료 부담을 지방 정부에 떠넘기기보다 적자분을 중앙과 지방 정부가 함께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남원지역 21개 단체로 구성된 남원의료원 문제해결을 위한 남원노동시민사회 대책위원회는 "남원의료원, 진주의료원 등의 지방의료원은 민간이 기피하는 사업을 많이 했다"며 "문제의 본질은 같으며, 공공의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지역민과 종사들에게 전가하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지방의료원의 기능·인력과 조직·업무 체계 등에도 효율성을 올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최근 지역 공공의료원 문제가 불거지자 김천의료원이 적자 해소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지난 2009년부터 사측과 노조의 노력으로 의료원의 경영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유능한 의사를 영입하고 서비스 질을 올리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했으며, 직원들도 평일 근무시간 30분 연장, 토요 근무 도입, 공휴일 건강검진 등에 동의해 의료 수익으로 흑자경영이 가능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사태를 기회로 공공의료에 대한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의 의료수가가 같은 상황에서 민간이 수익을 내는 비급여 진료을 축소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남원의료원 문제해결을 위한 남원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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