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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딛고 다시 시작하는 삶은 예술"

'반골 기질'이 다분하다고 알려진 미국의 존 조스트 감독은 의외로 푸근한 아저씨 인상이었다. 지난 30일 전주 메가박스 8관에서 '카츠라시마섬의 꽃'(이하 '카츠')을 상영한 뒤 관객과의 대화(GV)에 나타난 존 조스트 감독은 영화에 출연한 일본 할머니와 수줍은 로맨스에 이어질 뻔했던 사연을 고백하며 웃고 함께 저녁식사를 먹을 친구를 찾는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전주영화제는 감독에게 꽤 낯익다. 2007년 생애 첫 번째 직업이었던 연세대 대학원 교수 재직 시절부터 그는 JIFF를 꾸준히 찾았다. 스스로를 '문화적 스펀지'라고 할 만큼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포르투갈,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살았던 경험이 영화 제작의 밑천이 됐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강민영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그러나 존 조스트 감독이 '영화보다 낯선'에 '카츠라시마섬의 꽃'과 '타협'을 두 편이나 내놓은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상영된 '카츠라시마섬의 꽃'은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폐허가 된 일본인의 삶을 담담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2011년 일본의 '야마가타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갔다가 피해를 입은 지역을 더 가까이 관찰하기 위해 카츠라시마 섬에 갔고 NGO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감독이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인터뷰어에게 질문을 던지는 대신 그날 겪었던 일들을 편안하게 이야기해줄 것을 당부했다는 것. 쑥대밭이 된 재난을 차분하게 회상하는 그들의 독백은 다시 시작되는 삶이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했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또 다른 화제작'타협'은 해체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로 미국 실험영화의 거장 제임스 베닝이 매정한 아버지 역을 맡아 관심을 끌었다. 연기에 대한 거부감에도 흔쾌히 응한 제임스 베닝은 "영화의 첫 장면까지 제안하는 훌륭한 배우로 열연했다"고 감독은 기억했다.

 

JIFF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로 "페드로 코스타 회고전에 소개된 '행진하는 청춘'(Colossal Youth)과 제임스 베닝 감독의 '루르'(Ruhr)"를 꼽은 감독은 "그러나 돈 없이 영화를 만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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