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출생으로 청주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군산대학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1980년 월간 '시문학'에 '삐걱거리는 바다'외 2편이 천료되어 등단했다.
시집 '삐걱거리는 바다'(1987년)와 '흔들리는 새'(1996년)가 있으며, 그의 작품은 생동감 있는 언어로 문명에 내몰린 인간성 상실과 자연 파괴의 아픔을 모더니즘 기법에 담아내는 휴머니즘 지향의 시라 하겠다. 현재는 군산문화원장과 전북문화원 연합회장을 겸하면서 지역 문화 발전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바람은 밤새 새 순으로 돋아
나의 동정(童貞)을 이식(移植)하고
무거운 신발만 남아
귀가하는
골목길에서
체온을 빗질한다.
- '바람의 고향'에서
초기 작품은 이처럼 참신하고 산뜻한 이미지즘을 지향하고 있었다. '바람'이 밤새 '새순'으로 돋아난다는 발상이며, 무거운 신발로 귀가하는 골목길', '체온을 빗질' 하는 등, 그의 시는 '날카로운 감촉으로 내면적 심연을 표백하고 있다'(이기반)
바다는 어디쯤 내리고 있을까
죄처럼 흩날리는
어둠과 어둠을 거두어 가는
넓은 모래밭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떠올라
무당처럼 목이 쉬어 버린
바람을 안고 사는
금이 간 바다
헝클어진 멀미를 앓고
밤을 흔들고 있다.
- '바다의 시간' 전문, 1987년
시의 배경이 어둠이 '죄처럼 흩날리는 - 넓은 모래밭'과 '무당처럼 목이 쉬어버린 - 금이 간 바다'로 그의 '밤'은 이처럼 '흩날리고','목이 쉬고', '헝클어지고' '금이 간'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자아와 세계가 일치하지 못한 불편한 심기(心氣) 속에 놓여 있다.
삐걱거리는 바다가
의족(義足)을 하고 있다.
남양군도로 징용 갔다
돌아온 전쟁의 傷痕을
고향 선산에 묻어 둔 것이
발 하나 없는 바다로
태어나서
버리고 온
제 발을 의족으로 착각하고
구멍난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때묻은 역사를
한 발로 버티고
막아 서서
재갈 물린 사람들을 비웃고 있다.
금이 간 세상을 비웃고 있다.
- '삐걱거리는 바다' 전문, 1987년
'삐걱거리는 바다'와, '금이 간 세상'이라는 수미쌍관적 병치는, 한국 현대사 탄생 과정의 기형(畸形)적 도습(蹈襲)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파행적 불구성과 독재정권으로 얼룩지고 오염된 지난 군사정권 시절의 온당치 못한 시대상에 대한 고발이다. 비웃음과 비아냥은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저항수단의 하나이다. 시인이 견딜 수 없을 만큼의 현실적 폭력과 만나게 될 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법 중의 하나가 비아냥이다.
흔들리는 것은
흔들리는 대로
딩구는 것은
딩구는 대로
이끼처럼 시달리는
세상에서
파도를 깁고 있다.
- '부침'에서, 2000년
흔들리고, '시달리는' 세상에서도 그것들과 부화뇌동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애써 '깁고' 있는 지사다운 시인의 풍모가 엿보인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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