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인 의욕·경쾌한 연기… 각색은 '글쎄'
'맹진사댁 경사 - 시집가는 날'(상임연출 류경호·8~9일 전주덕진예술회관) 공연 소식에 전주시립극단이 왜 이 연극을 올릴까 의아했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여러 차례 올린 작품을 왜 하는 걸까 싶어서. 지난 주말 전주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 한옥경관활용공연인 마당창극에, 전북도는 대표 브랜드 공연까지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어지러운 와중에 전주시립극단까지 꼭 비슷한 작품을 올려야 할까.
무엇보다도 '시집가는 날'을 볼 때마다 꺼림칙했던 게 장애인 비하 논란이다. 이번공연은 신랑이 절름발이가 아니라 바보 천치 행세를 하는 것으로 바꾸기는 했으나 장애인들은 여전히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쁜이가 왜 삼돌이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다. 판서댁 자제, 미언은 착하고 실력 있고 집까지 부자인 '엄친아'로 나오는데, 그야말로 이 슈퍼갑의 선택은 마음씨 착한 종을 구하는 걸로 끝날 것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결말도 역시 구 시대적인 신데렐라 이야기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신랑 미언의 캐릭터가 원본과 달리, 뒤에 숨어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배필을 찾아나서는 대목은 이 시대 젊은이의 다부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단순히 마음이 고와야 한다'라는 것만으로는 공감할 수 없지 않은가.
연출자의 의욕이 돋보이긴 했다. 전주 덕진예술회관은 그 시설이 낡고, 무대와 객석이 강당식인 데다 음향 상태도 불안했다. 음향기 대여와 무대기계 장치의 활용으로 연출자는 취약점을 극복하려고 했으며, 각색·작곡·노래·현장반주, 춤을 도입하여 작품을 풍성하게 보이도록 신경썼다. 다만 맨바닥 무대와 지난 공연 때 사용했던 큰 탈들이 공중에 걸려 있어서, '제작비가 적었나 보군' 하는 생각에 씁쓸함이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가볍고 경쾌했다.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스피디한 전개와 함께 재밌는 캐릭터가 빛났다. 10년 이상의 공력 있는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짧은 시간에 이런 작품을 내놓지 못했으리라.
극의 뼈대가 되는 극본(최기우 각색)은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노랫말 등으로 잘 축약하였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전주 색깔을 입힌 것에 대해서는 '취지는 좋았으나 제대로 살려내지는 못했다'는 반론도 있었다. 각색으로 인해 신랑의 모습이 먼저 노출되어, '바보 신랑'으로 인해 빚어지는 긴장감은 사라지기도 했으며, 소품 사용, 사투리, 전주 지명 등을 더 발전시켜 전주의 것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품격의 각색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늬만 전주를 대표하는 작품이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전주색을 살리면서 시민에게 자긍심을 주는 '메이드 인 전주'를 기대한다.
요즘 젊은 관객은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영상예술에 익숙하다 보니 웬만한 연극은 쉽게 지루해하며, 졸기 일쑤다. 그럼에도 이번 공연은 젊은 층의 관객들도 많았다. 낙후된 공연장에도 불구하고 3회 공연에 800여 명의 관객들이 관람했다고 한다. 언제나 전주시립극단의 완성도 높은 작품에 대해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순회 공연 계획이 있다고 하니, 전주 시민·청소년과의 만남을 통해 대중성 있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길 바란다.
홍석찬 (창작극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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