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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군산 원도심

예술가 손 거치니 도시 자체가 '예술'

▲ 군산 장미동 '채움'에서 활동중인 봉사단이 벽화 그리기를 하고 있다.

지역의 유휴공간들이 예술가들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일제시대 군산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군산의 옛 도심 장미동. 군산 시민들의 생활권이 옮겨지면서 인적이 드문 한적한 장미동 골목. 그리 높지 않는 회색 건물들 사이로 조선은행 부근에 위치한 2층 건물의 낯선 간판 문화공간 '채움'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몇 년 전만 해도 동네 주민들이 드나들던 병원 건물의 2층에 언제부터인가 예술가가 드나들고 작품이 걸리기 시작했다. 거기서 동네 할머니들은 바느질을 하고 정신 장애인들이 그림을 그리고 차가운 형광등 대신 할로겐의 세련되고 온화한 노란빛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인이자 건물의 주인으로부터 공간을 무상임대 받아 어느새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채움'은 소수자와 예술가가 함께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프로젝트 중심에 서양화가 고보연씨(41)가 있다. 예술가들의 존재방식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실천으로써 제시하고 있는 그는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고 방치되는 정신장애인과 같은 사회 소수자와 예술가의 만남을 주선한다. 새로운 공간에서 그들과 함께 문화교육과 예술 활동의 과정을 경험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문화로 수용하고 승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지역사회, 예술가, 소수자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문화공동체가 되었으면 하는 것.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삶과 일상을 연결하여 치유와 소통의 행위로서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는 대안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2006년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상공간기획소의 기획으로 진행된 '다섯동네, 다른공간'은 군산보건센터의 정신장애우들과 미술작가들이 교류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정신 장애우들이 세상과 만나는 일상적 문화예술교육, 그러한 환경을 꾸려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그는 그들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고, 2008년 5명의 지역작가와 몇몇 정신장애우들이 안산예술회관 '달그락 다섯 공간전'에 초대되기도 했다.

▲ 군산의 옛 도심 장미동 골목의 문화공간 '채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시민들.

지역 주민과 예술인들을 이어주는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군산시 월명동에서 50년 가량 자리를 지켜온 '삼봉여인숙'은 창작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군산 출신 예술가 이상훈씨(42)가 고쳐 지어 2011년 3월 문을 연 '군산 창작문화공간 여인숙'에는 작가들이 일정 기간 머물며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군산시로부터 '마을만들기 사업'의 일환로 후원받아 주민 40여명과 함께 공터의 폐건축자재 등 쓰레기부터 말끔히 치우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해 주민들과 벼룩시장과 노래자랑을 통해 하나가 됐다.

 

문화공동체 '감'은 2007년 개복동 골목을 '예술의 거리'로 바꾼 데 지난해 '동국사 가는 길' 조성으로 '2012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국무총리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군산시 월명산 입구에서 금광초등교에 이르는 200여m '동국사 가는 길'을 과거 쇠락한 원도심 거리에서 예술이 숨쉬는 거리로 바꾼 것. 이 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자동차와 부동산들이 점유한 잃어버린 공간을 사람과 문화가 주인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제정한 것이다.

 

그 결과 도로가 말끔히 재포장됐고, 벽과 담이 일본식 주택가 어우러지도록 리모델링됐다. 담장에는 이전에 동국사에서 스님이 되고자 했던 고은의 시 10여편이 나무 액자로 내걸렸다. '8월의 크리스마스', '타짜' 등 군산 원도심에서 촬영된 영화와 군산상고 야구부, 채만식의 소설 '탁류' 등의 이야기도 소개 돼 볼거리까지 더해졌다. 이 거리는 군산을 찾는 많은 블로거들에 의해 입소문을 타면서 매주 수백 여 명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군산의 명소 중 하나가 됐다.

 

/ 임진아 문화전문시민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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