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문화 일궈온 주민들 인터뷰서 진한 아쉬움
"사라지는 게 마을공동체 문화만 있겠는가. 평생 함께 지내며 마을 문화를 같이 만들어온 사람들도 사라지는 거지…"
전주 삼천동 함대마을 기접놀이 회장을 맡고 있는 김철중씨(77)는 효천지구 개발로 사라질 마을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함대마을은 도심 속 시골이다. 그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길 건너에는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바로 옆 동네인 중인동은 전원주택 단지 열풍에 화려한 주택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함대마을은 담장이 무너져도 다시 짓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개발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 70년대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마을에는 50여 가구가 살고 있고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들이 함대마을의 공동체 문화를 유지하게끔 했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최철성 함대마을 통장(47)은 "5분만 걸어 나가도 도시가 펼쳐져 있는 환경 속에서도 우리 마을이 전통문화를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시골 같은 마을 분위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전문예술법인 전통예술원 모악이 주관하는 '함대마을 이야기지도 만들기'의 첫 발을 내딛은 지난 19일 함대마을을 방문했을 때 환대(歡待)의 문화가 살아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낮선 이방인에게 물 한잔을 건내며 쉬어가라던 한 동네 주민은 이내 자신의 안방으로 안내하며 에어컨을 켰다. 그리고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마을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까지 말벗을 청하며 손수 재배한 과일을 내놨다.
또 너울막 풍물패가 마을 곳곳을 돌며 당산제, 가가호호 지신밟기, 기접놀이 등 마을의 전통 놀이를 재현하자 주민들은 물과 먹을거리를 내놓으며 이들을 맞았다. 이어 열린 점심식사 자리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손수 마련한 삼계탕을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날은 마을조사에 앞서 함대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이야기 조사자인 '너울막 풍물패' 간의 상견례 자리였다.
주민들은 이번 활동을 계기로 올 가을 농촌과 도심을 연결하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마련하고, 기접놀이 등 마을의 이야기를 문화축제를 통해 함께 나누는 발표회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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