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산업·문화관광·전통농업으로 새로운 가치 창조를
‘탄소산업과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문화관광산업, 전통농업.’
전주시가 100년 먹거리로 꼽은 3대 핵심 산업에 대한 전문가 좌담회가 9일 전북일보 편집국장실에서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가치 창조’를 강조했다. 전주를 국내 탄소의 허브로 만들어 사람들이 찾아오는 탄소산업의 모델을 창출하고, 다양한 문화기술과 관광을 융합해 고부가가치관광산업으로 육성할 것을 제안했다. 농업분야에서는 가장 한국적 농업이라는 가치를 생산해 전북도만의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같은 성과를 도내 14개 시군과 연계해 확산시킬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사 회 = 김준호 사회부장
△토론자 = 강신재 한국탄소융합기술원장, 김동영 전주시정발전연구원, 김동운 (재)지역미래산업진흥원장,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사회=탄소산업은 향후 100년간 전주를 먹여살릴 핵심 산업이 되고 있다. 탄소산업의 비전은.
△강신재 원장= 우리가 단합만 하면 앞으로 효성과 같은 대기업을 두세개 정도 전북에 유치할 수 있다. 탄소섬유 복합체 제조공정은 탄소섬유와 중간재, 성형, 최종 부품 등 4개 공정이 있는데, 각 단계마다 수십개의 중견규모 이상의 기업들이 필요하다. 직물제조(수지) 관련 분야에도 30여개의 중견기업이 있어야 하고, 독일 등에서 100% 수입하고 있는 장비 분야도 30여개, 최종 부품을 만드는 부문에도 50여개 정도가 필요하다. 결국 100개가 넘는 기업이 유치돼야 탄소산업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사회=올 5월 효성의 탄소섬유 전주공장이 준공됐는데, 탄소섬유 시장은 어떻게 예측되나.
△강신재 원장=탄소섬유는 핸드폰이나 디스플레이, OLED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나 전기·전자분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탄소산업이 완결된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기초적인 것만 했다. 내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중요한 대목은 앞으로 중국 모든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바뀐다는 것이다. 기술이 없는 중국이 전기자동차를 만들기는 힘들다. 이미 중국은 독일로부터 전기자동차를 도입하려고 한다. 중국은 한 번 충전해서 200km 이상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관건은 경량화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복합소재로 결정해서 우리와 협의 중이다. 결정이 되면 내년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그 정도로 친환경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소비자들이 경제성을 크게 고려하기 때문으로, 앞으로 전기자동차가 각광 받을 것이다. 국내도 철강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굴지의 철강기업도 철강을 하지 않고 탄소섬유 관련 분야에 투자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사회=최근 일본 도레이사가 현대자동차와 자동차부품소재 분야에서 공동 연구하고 있다는데.
△강신재 원장=현대차 입장에서는 효성과 협력하면 좋은데, 그렇지 못했다. 다만 현재는 연구개발분야에서만 협력하고 있다. 도레이측에서는 연구개발 뿐만아니라 자신들의 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경제성을 따져서 하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입장이다. 항공기 분야에서는 (도레이사 공급)하고 있지만, 아직 자동차 분야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탄소섬유 분야가 무한경쟁 체제로 나아가는 이유다.
-사회= 언제쯤이면 전주 탄소산업의 성과가 가시화되나.
△강신재 원장=5년 이내에 전북도에 관련기업을 구성해야 한다. 자칫하면 유럽이나 일본에 사업권을 빼앗길 우려가 크다. 현재 모든 준비는 다 끝났다. 5년 이내에 우리가 단합을 해서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까지 연구소를 전북도로 옮겨야 한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지금 전북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우리에게 오는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 그러면 전북지역 청년들에게 줄 일자리가 충분히 생긴다.
△김동영 연구원= 전주 탄소산업의 성과가 전북도 전체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전주라는 공간을 탈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북 차원의 전략도 필요하다.
△강신재 원장= 맞는 말씀이다. 전주만이라도 고급 인력들이 연구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수도권의 고급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교육 및 상업권을 조성해야 한다. 혁신도시 등 어느 곳을 지정해서 대단위 연구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그린 테크놀로지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농생명 산업까지 함께 합쳐야 한다. 이건 전북도 뿐만 아니라 전국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사회=탄소산업의 성과를 각 시군과 연계 가능한 사업들은 무엇이 있는가.
△강신재 원장=가장 혜택을 많이 보는 것이 익산, 군산, 김제다. 앞으로 군산에는 자동차·조선 및 신재생에너지와 연계된다. 익산엔 소재기업이 있다. 고분자 수지를 만드는 기업이다. 김제에도 10만평을 요구하는 기업이 있다.
△김동운 원장=(공간적 범위와 관련)새만금도 보면 전북도에만 국한돼서, (전국적)협조가 잘 되지 않았다. 탄소는 전북도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산업이다. 전국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새만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전북이 탄소산업의 주도권을 갖되, 타 지역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국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부문별 전략 구축을 위한 코디네이팅과 마케팅을 담당할 별도의 TF팀이 구성돼야 한다.
△김동영 연구원=전북에는 5대 전략산업이 있지만, 전북도만의 경쟁력 있는 독자적인 기술은 없다. 그런데 최근 전주시에서 탄소섬유개발에 성공했다. 전북 5대 전략산업중 소재부품산업분야에 탄소섬유라는 독자기술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전북도 차원에서 전주시의 성과를 전체 시군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강신재 원장=고창의 산악자전거 공원을 봤다. 이것을 관광과 연계하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산악자전거는 전부 탄소로 만든 자전거다. 관광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알프스에는 태양과 풍력을 복합화해 풍향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단지가 있다. 전북 동부산악권에도 풍력이나 태양광 실증단지 설치가 필요하다. 부안이나 군산에도 요트산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요트도 탄소섬유로 만든다. 이처럼 첨단소재와 레저와의 연계가 가능하다.
-사회=주제로 관광으로 넘어왔는데, 관광산업은 어느정도인가.
△김동영 연구원=관광에서도 허브 앤 스포크(Hub&Spoke)가 중요하다. 전북도 전체를 보면 이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현재 전북의 관광은 너무 평이하다. 어느 지점(지역)에서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14개 시·군이 각자 하다보니 결합이 안 돼 있다. 어느 지역이 허브 역할을 할 지 선정해야 한다. 새만금이나 동부권, 전주권으로 허브를 지정하고 나머지 스포크를 연결해야 한다. 앞으로는 이 같은 관광전략이 중요하다.
△최영기 교수=한옥마을의 사례 보면 전통문화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진화시키면서 랜드스케이프의 구성과 체험인프라를 늘려갔다. 전통문화를 문화상품으로 확장한 것으로, 그 주체는 지역주민이었다. 관광은 어느 한 곳이 허브가 될 수 없다. 거점과 부거점이 교류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다시 말해 관광의 거점이 숙박의 부거점이 되고, 때에 따라서는 그 기능이 서로 바뀌어 질 수가 있는 유연한 거점과 부거점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북의 경우 관광 생태계가 진화할 필요가 있다.
관광생태계에는 지역주민, 행정, 관광종사자, 관광사업체, 숙박업체등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하는데 모든 주체의 현재 역량은 초보단계라 할 수 있다. 또한 협업을 통해 다양한 관광스펙트럼을 창조해야 한다. 탄소산업과 함께 문화관광도 중요하다. 문화가 강한 전북도이다. 다양한 문화기술과 관광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본연의 가치를 감소시키지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에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동영 연구원=문화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한류는 IT와 미디어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에선 성장에 한계가 있다. 콘텐츠산업은 인력과 돈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류 3.0 시대를 맞아 미디어기반, 콘텐츠기반이 중심이 아니라 한국적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따라서 장소 기반 문화관광 산업을 어떻게 특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장소기반, 체험 위주로 개편돼야 살 수 있다. 스토리기반의 컨텐츠산업은 수도권이 가져갈 수 있지만, 장소기반 콘텐츠는 빼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김동운 원장=전통을 답습하느냐 계승하느냐의 문제인데, 계승의 좋은 산업사례는 전남 담양의 죽세산업이다. 죽세공예산업의 퇴화로 시들어진 대나무의 활용도를 먹거리와 연계하면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 한옥마을도 전통의 계승 쪽에서 바라보아야만 한다. 예를 들면 겨울철에도 한옥을 찾아 체험할 수 있도록 관광객의 편의에 맞게 따뜻한 내부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단 전통한옥의 구조를 훼손하지 않고 개선시키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김동영 연구원=한옥마을은 전통에 머물러 있다기 보다는 전통적인 라이프 스타일과 현대적인 감각이 융합된 세련된 전통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영기 교수=관광에도 IT(Information Technology)나 CT(Culture Technology)기술을 융합해야 한다. 한지의 경우 본연의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새로운 매력들을 만들어 나가야한다. 예를 들어 특정 거리를 선정해 한지등과 IT 기술 융합을 통해 한지 빛의 거리를 만드는 전통의 확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관광생태계의 경직의 이유로 이런 아이디어들을 실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광의 경우 타 산업과 달리 투자효과가 장기적인 점이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자치단체장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김동영 연구원=관광산업은 전북도 전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각 지자체에 발전전략이 맡겨졌다. 전북도 차원에서 어느 한 부문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는 지자체에서 할 수 없는 것으로, 전북도가 큰 틀에서 종합 계획을 세워야 한다.
△최영기 교수=행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큰 역할을 못하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문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아쉽고 14개 시군 관광상품 판매를 위한 통합적인 전략개발미비 또한 아쉽다. 다시말해 상품판매를 위한 홍보마케팅의 주체이면서 전북관광마케팅의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위해 빠른 시일내 단일화된 마케팅 구사와 전북 14개 시군 전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마케팅 기구가 필요하다.
△김동영 연구원= 관광산업 컨트롤 타워가 없는데, 관 주도로만 할 수 없는 만큼 민관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전북 전체의 관광산업의 마케팅을 책임질 수 있는 (가칭)전북도 관광산업진흥원이나 설립이 유보된 전북도 문화재단에 관광마케팅 기능을 주는 것도 검토해 필요가 있다.
-사회=관광산업과 함께 농업도 잠재력이 큰 100년 먹거리로 등장하면서 그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김동운 원장=전북의 산업자체가 힐빙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탄소산업도, 관광산업도 모두 힐빙산업에 포함된다. 힐빙은 힐링과 웰빙이 결합된 용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 치유라는 개념이다. 앞으로는 힐빙시대가 될 것이다. 이에 맞춰 관광과 농업분야가 결합돼야 한다. 네덜란드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농업과 관광이 쌍두마차로 간다면 전북도의 르네상스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이력제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생산정보를 다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농산물브랜드에 대한 신뢰구축을 위해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즉, IT와 결합된 힐링 테크놀로지가 중요하다.
-사회=특별히 중점을 둬야 하는 분야가 있는가.
△김동운 원장=비빔밥이 중요한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다. 1만원짜리 비빔밥을 연간 한옥마을을 찾는 300만명이 사먹는다면 비빔밥의 문화관광 효과는 1500억원이다. 하지만 비빔밥은 가격과 품질균일화 문제, 전주비빔밥만의 아이덴터티 등의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힐링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식자재 생산 및 처리, 이를 증명할 생산이력제가 구축되면, 그 경제적 효과는 클 것이다. 전통농업을 과학화한 유기농 생산방식으로 만든 재료, 또 전주만의 식재료 생산스토리를 결합하면 비빔밥산업과 함께 관광산업도 크게 성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관광수입의 일부를 농가생산비 보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전주시는 별도의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 생산비 보전을 통해 식재료 가격이 낮아지면 비빔밥 가격안정화와 품질균일화를 이룰 수 있게 되고, 그토록 염원하던 비빔밥인증사업이 현실화될 것이고, 연계관광수입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비빔밥은 전통농업과 관광이 결합하여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내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영기 교수=힐빙산업은 농업과 연결돼 있는 만큼 지역민들에 대한 교육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김동운 원장=힐빙산업이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문화놀이가 돼야 한다. 우리의 농산업과 탄소산업 등 모든 힐빙산업이 비엔날레처럼 문화놀이 축제로 자리 잡아야한다. 그 지역만의 독창적인 장소 없인 안 된다. 한때 세계화로 인해 지역문화가 죽는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역문화가 돋보였다. 글로벌시대 내에서는 더욱 더 각자의 상품경쟁력을 위해 차별화가 필요했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따라서 독창적인 지역성 부각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의 확산을 위해서는 전북도만의 비엔날레가 아니라, 다른 국가로 돌아가는 노마드 형태로 가야 한다.
△김동영 연구원= 전북만의 독창성은 어떻게 가야 하나. 과거에는 식품 자체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식품의 가치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전북도는 가장 한국적 농업이라는 가치를 생산해 전북도만의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 생산과 가공, 체험(라이프스타일)이 결합하는 전통농업이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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