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법안 무산에 큰 실망
지금 내가 받고 있는 국민연금은 50여만원쯤 된다. 평생 박봉에 시달리며 직장생활을 한 탓에 그 연금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쥐꼬리 수준이다. 일반 기업체에 근무하다가 정년 퇴임했거나 자영업을 하다가 은퇴한 친구들의 경우도 액수의 다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직장에 다닐때 받은 급여액의 비율에 따라 요율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계산을 해봤다. 야당 주장대로 국민연금과 관계 없이 전체 수령액을 20만원으로 고정한다면 내 아내와 함께 20만원씩, 매달 40만원의 노령연금을 받게 된다. 현재도 둘이 합쳐 15만원을 받고 있으니 그 두 배가 넘는 액수다. 반면 새누리당 주장대로 연금 가입년수로 차등 지급한다면 얼마나 될까? 그것이 궁금하긴 하지만 여려 경우의 계산방식에 따르더라도 나는 당당히(?) 최대 수급 대상자가 되는게 맞다. 그러니 어떻게 기초노령연금법안 처리 결과에 무관심 할 수 있겠는가.
2월 국회에서 좌절되긴 했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설마 기초노령연금법안을 이대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정부 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하지만 야당도 타협 없이 원안 고수로 밀어붙이기만 해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한 발씩 양보하면서 절충점을 찾아 당초 시행계획대로 법안 처리가 꼭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공무원연금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팔자가 제일 좋은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공무원연금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지목하고 싶다. 그렇지 않은가. 연금공단에 따르면 전국 35만여명의 퇴직 공무원들이 한달 평균 200여만원씩을 지급받는다고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 600만여명의 평균 수령액 143만원보다 월등히 많다. 수많은 88만원 세대나 일자리를 못 구한 젊은이들이 막장에서 고통받는데 비하면 이 얼마나 신선같은 대우인가.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받는 연금 재원이 이미 적자를 면치 못해 해마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해주고 있다는데 있다. 올해 공무원연금으로 책정된 예산이 10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연간 기초생활보장 예산이 4조4000억원이고 올해 처음 편성된 기초노령연금이 5조2000억원이다. 여기에 비해 공무원연금 지원액이 10조원을 넘었다니 이를 두고 누가 공평하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결국 퇴직공무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국민들은 세금 부담을 떠안으면서 ‘굳세어라 철밥통’을 위해 봉사하는 꼴 아닌가?
공무원연금 하루빨리 개혁해야
지난 20년동안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꾸준히 시도해 왔지만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 그동안 쏟아부은 나랏돈이 10조원이 넘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무원 연금때문에 나라 살림이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거짓이 아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 사학연금이나 국민연금도 멀리 봐서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금개혁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기초노령연금은 한 번 삐끗했지만, 이번에 공무원연금이나 사학·군인연금은 어디 한 번 본때를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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