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엊그제 5일은 어린이 날이었고, 오는 8일은 어버이 날이다. 그리고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가정의 날이고, 20일은 성년의 날이자 세계인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신록이 짙어가는 5월에 어린이와 청년, 어버이와 스승, 부부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지정일이 몰려 있는 것은 세상살이의 가장 큰 가치가 사람이고, 자녀와 어버이, 부부, 스승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옛 말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다. 가정이 화목해야 바깥 일도 잘 풀린다, 가정이 세상의 출발점이자 중심이라는 선인들의 충언이다.
하지만 2000년대 대한민국의 가정은 위기에 처해 있다.
302명이 사망·실종된 세월호 침몰 참사를 겪은 올해 가정의 달은 특히 우울하다. 큰 충격 속에서 개인은 뭔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고, 화목해야 할 많은 가정에 우울함이 가득차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 찌들어 있던 안전 불감증이 가정의 평화를 잔인하게 깨뜨렸고, 우리 가정이 눈물과 불안, 분노로 떨고 있다.
세월호같은 대형 참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온갖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교통사고와 폭력, 살인, 납치, 실종, 빈곤, 질병 등으로 수많은 사람·가정이 고통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13년 도내 실종사고는 2,856건에 달했다. 매일 평균 7건의 실종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특히 아동 실종사고의 경우 654건으로 전체 실종사고의 23%에 달했다. 실종자들은 대부분 노약자들이다. 아동과 치매환자, 지적장애인 등이다.
가정을 위협하는 또 하나는 가정폭력과 이혼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0년대 한국의 평균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2.72로 1950년대 0.20보다 13.6배가 늘었다. 2010년 기준 이혼가구가 무려 52만 가구에 이른다. 2013년 기준 125만가구에 달하는 독거노인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로 세계 10위권대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우리 가정은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눈물 흘리고, 불안해할 수만은 없다.
국민 모두가 마음을 추스르고 냉정해야 한다. 효도하고 우애하고 존경하는 사회, 기본이 바로 선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는 복지 및 안전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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