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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는 아니지만…

▲ 객원논설위원
인간에게 죽음은 가장 큰 두려움이다.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 주는 일이 넓은 의미의 종교적 역할이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에서는 영원히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영생(永生)이라는 미끼로 혹세무민한다. 사이비 교주들은 신(神)의 계시를 내세워 자신을 절대자로 자처하고 영생을 얻고자 하면 자신을 따르라고 설파한다. 추종자들은 결국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자신의 몸은 물론 모든 재산까지 교주에게 바치거나 때로 집단 자살과 같은 참혹한 종말을 맞기도 한다.

 

공권력에 도전하는 비이성적 집단

 

사교(邪敎)는 19세기 과학의 급속한 발달로 인간사회의 가치관이 혼란 속에 빠지고 정신마저 황폐해지게 되자 그 반작용으로 싹트게 됐다는 게 종교학자들의 분석이다. 일종의 신비주의 체험자들에 의해 창시되고 이에 현혹된 추종자들에 의해 세(勢)를 넓혀 왔다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았다거나 기적이 일어나 초월적 능력을 전수받았다는 게 사교 교주들의 공통된 영험(靈驗)이다. ‘지구 멸망론’이나 ‘대지진’,‘신의 출현’ 등이 사교 교주들이 내세우는 단골 메뉴지만 때로 자신의 초능력으로 인간의 불안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교세를 늘리는 종파는 그 폐해가 끔찍하기조차 하다.

 

이런 형태의 사이비 종교, 또는 이단(異端)의 경우는 세계적으로 수없이 많다. 미국에만 700여개에 이르고 일본에서는 해마다 100여개씩 신흥종교가 생겨난다고 한다. 소(蘇)연방 해체 후 러시아에만 종말론자들이 15만명이 넘는다는 오래된 통계도 있다. 지난 78년의 가이아나 인민사원 집단 자살사건, 93년 미국의 다윗파 사망사건, 94년 스위스에서의 태양의 사원 집단 자살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87년 32명의 신도들이 집단 자살한 오대양교 사건이나 몇년 전 경기도 연천에서의 D성도회 집단 폭행 사망사건 등이 엄청난 충격을 준 바 있다.

 

한 사이비 종교 연구가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모두 280여개 사이비 종교가 있고 이 중 70여개는 기독교에서 파생했다고 한다. 그동안 언론 보도로 파문을 일으킨 할렐루야 기도원이나 대순진리회, 국제크리스찬연합(JMS), 영생교 등이 이단 시비를 불러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종교학자들은 신흥 교단의 이단이나 사이비 시비에 대해 대체로 언급을 꺼린다. 이들의 종교행위 자체를 가치판단할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으로 흐르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학자들은 무엇을 믿느냐 보다 어떻게 믿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신앙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양심과 신앙생활의 자유인 만큼 종교적 환상의 자유를 존중하되 실천적인 면에서 사회적 규범을 지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은다.

 

내일 모레가 지방선거 투표일인데 난데없이 사이비 종교가 어떻고 이단이 어떻다는 소리가 왜 나오는가. 눈 밝은 독자라면 벌써 속내를 눈치챘을 것이다. 지방선거도 중요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 후 종적을 감춘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의 행방 또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전국민의 분노의 표적이 되고 있고 검찰이 고액의 현상금까지 내걸고 검거에 나선 유회장은 지금 어디에 숨어 있을까.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까지 조롱하며 금수원에서 버티고 있는 구원파 신도들의 만용은 또 뭔가.

 

어리석은 집단사고 빨리 깨어나야

 

그렇다고 그들의 지금까지의 행태를 사이비나 이단으로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솔직히 한마디 해보자. 검찰이 오대양 사건과의 연루설을 아니라고 확인해줬다고는 하지만 그의 도주 행각을 돕는 것이 구원파 신도들이라 하고 도주로에 지리산 빨치산 루트까지 등장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공권력에 도전하는 비이성적 집단의 어리석은 집단사고는 한시라도 빨리 깨어나야 한다. 그들이 타고 달아났다는 소나타 승용차는 왜 하필 전주에서 발견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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