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홀대하지 말고 조금만 더 보듬고 신경 쓰면 숨어있는 재능 보일 것
이게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엔젤스 셰어:천사를 위한 위스키〉란 영화는 영국사회의 잉여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영화는 군대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이들을 홀대하지 말고 보듬자며 특이한 방법을 제시한다.
폭행으로 재판받고 사회봉사를 하는 청년 ‘로비’(폴 브래니건 분)에게 두 가지 변화가 생긴다. 하나는 여자 친구가 출산하여 애 아빠가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봉사 현장책임자 ‘해리’(존 헨쇼 분)가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어줘 세상이 바로 보인다는 것이다.
축하한다며 해리가 위스키를 따라주는데, 로비는 생전 처음 접하는 위스키 향에 넋을 잃고 만다. 해리는 어느 날 사회봉사자 4명을 대동하고 고급 위스키 시음장에 가는데, 로비가 앞에 나가 감별하는 행운을 얻게 된다. 그 자리에서 로비는 뛰어난 후각 소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인정받게 된다. 이어 최고급 위스키 경매 정보를 입수한다.
어떤 향일까? 누가 마실까? 로비와 멤버는 이 위스키를 훔치기로 결정한다. 킬트를 입고 보무도 당당히 경매장으로 향하는 그들에게서 감춰둔 패기가 되살아난다. 도둑질도 일이 되니 이렇게 행복한 것을…. 작업은 완벽하게 성공한다. 4병을 손에 들고 나온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두 병은 깨지고 두 병이 남는다. 한 병은 해리에게 선물하고, 한 병은 경매에서 진 한 애호가에게 10만 파운드에 판다. 로비는 위스키 공장에 취직도 하게 된다.
위스키를 낙찰받은 사람(115만 파운드에 낙찰됨)이 만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대중 앞에서 시음하는 모습이라니. “최고입니다. 이런 향 처음입니다!” 이는 로비가 진짜를 빼내고 다른 통의 위스키를 옮겨 담은 것이었다.
‘엔젤스 셰어’란 ‘천사의 몫’이란 뜻으로 위스키를 오크통에 보관하여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해마다 자연 증발하는 2~3%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깝기 짝이 없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천사의 몫으로 돌린다는 발상에 예지가 번득인다. 영화는 이 몫을 잉여들에게 베풀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사회 모든 시스템이 이를 받아들인 다면 발전 아니겠느냐고 개진한다.
“위스키에 코를 대면 가장 먼저 무슨 향이 떠오르세요?” 영화는 여러 사람의 느낌을 여과 없이 내놓는다. ‘과일 향, 바닷바람 냄새, 할머니 집에서 먹던 성탄절 케이크 냄새, 광택제 냄새, 가죽냄새….’ 나는 한 멤버가 말하는 ‘아버지 냄새’란 말이 와 닿았다. 술은 아버지 아이콘 아니던가. 추억보다 더 진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아버지 향을 영화를 통해 맡으며 새삼 뭉클했다. ‘처음에는 달콤하고, 목구멍을 넘어갈 때는 스모키향이 진동해요.’ 영화가 말하는 위스키 맛이다.
해리의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세요? 당신은 누구에게 해리가 되어 준적 있나요? 우왕좌왕하는 영혼에 아버지의 향기를 불어넣어 준다면 어떤 잉여가 싸움만 하고 있을까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라는 브라질 영화는 가난한 개구쟁이 ‘제제’의 성장통을 그렸다. ‘뽀르뚜가’라는 정 많은 아저씨를 만나게 되면서 아이의 꿈이 현실이 되어간다. 훌륭하게 자란 그가 오렌지 나무가 있던 자리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은 오렌지보다 더 달콤한 감흥을 준다.
미국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거리를 떠도는 아이 ‘빅 마이크’(퀸튼 아론 분)를 불러 세운다. 페밀리 레스토랑으로 크게 성공한 ‘리앤’ 과 ‘숀’ 부부가 집으로 데리고 가서 친자식처럼 키워 미식축구 스타를 만든다. ‘마이클 오헤어’의 실화를 그려 더 실감 난다.
자칫 하이스트 무비(범죄자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강탈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영화)가 될 뻔한 소재를 인정에 호소하는 반전으로 극복했다. 영화는 로비를 떠나보내고 남은 세 사람의 대화에 과제를 남겨둔다. “이제 뭐 할까. 돈도 많은데, 젠장 술이나 퍼마시자.” 잉여,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세상이 답할 차례다.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