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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폭탄

MB정권 시절인 지난 2008년 11월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경북 영일군과 포항시 출신 공무원 모임인 ‘영포회’ 송년행사가 열렸다. 당시 대통령 최측근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을 비롯 지역구 국회의원과 포항시장 시의회의장 중앙부처 공무원 등 9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덕담을 나눴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 “이렇게 물 좋을 때에 고향발전을 못 시키면 죄인이 된다.” “속된 말로 경북 동해안이 노났다. 우리 지역구에도 콩고물이 좀 떨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후광으로 동해안시대를 열기 위한 예산안의 윤곽이 드러났다.…아무리 대통령이 어렵고 정권이 어려워도 헌신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최시중 위원장이 건배사를 제안했다. “이대로, 나가자”

 

MB정권 5년 동안 영일만항 건설과 포항~안동 국도건설, 포항 외곽순환도로 건설, 포항~삼척 울진~포항 철도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5조원대가 넘는 예산이 쏟아 부어졌다.

 

지난 7·30 재·보궐선거 때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이 유세과정에서 “호남에 예산 폭탄을 퍼붓겠다”고 공언했다. 새누리당 창구가 없는 전북으로선 “곁불이라도 쬘수 있을까”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던 게 사실. 하지만 그는 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에 내정됐으나 강원지역 의원들의 반발로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중국서 귀국길에 소식을 접한 그는 “예산소위 회의장 복도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호남 예산을 적극 챙기겠다. (호남)예산 삭감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 내겠다”고 다짐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무려 13조5690억원이 증액됐다. 여야가 ‘쪽지 예산’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묻지마 증액이 이뤄진 것. 새누리당 최고위원들과 사무총장 예결위 간사 야당 예결소위위원장 등 소위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이 많이 늘어났다.

 

전북도 관련 내년 국가예산도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3000억 정도 증액됐다. 지난해에 이어 국가예산 6조원 확보 여부가 막판 국회 예산소위 심사에 달려 있다.

 

이정현 의원의 호남 예산폭탄 발언이 전북 국회의원들에겐 달갑지 않은 만큼 이춘석 예결위 간사를 비롯 도내 정치권의 분발이 요구된다.

 

예산 폭탄은 기대않더라도 더 이상 예산 쪽박은 차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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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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