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연간 세수 증대가 2조 8000억원 정도 예상되면서 담배 단일 품목에서만 10조원 가까이 세금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담배와 술 도박 화석연료 등의 소비에 부과되는 이른바 죄악세(罪惡稅·Sin tax) 규모도 58조원에 달해 그동안 가장 비중이 컸던 부가가치세(55조7000억원)를 앞지를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45조9000억원)나 소득에 따라 부과하는 소득세(45조8000억원)를 크게 웃돌고 있다.
죄악세의 기원은 16세기 교황 레오 10세 때 비롯됐다. 사치 생활로 빚에 쪼들리자 매춘업을 허가해주고 창녀들에게 세금을 부과했다. 영국에선 1643년 청교도혁명 당시 국왕과의 전쟁자금 조달방안으로 맥주와 고기에 부과되는 세금을 올렸다. 러시아 표트르 대제는 턱수염을 깎지 않는 귀족들에게 턱수염세를 부과했다. 캐나다에선 마리화나를 제한적으로 합법화하고 수십억 달러의 세수를 올렸다. 뉴질랜드는 메탄가스를 방출하는 가축들에게 트림세(burp tax)를 물린다.
담배에 이어 연초부터 술에 부과되는 주세 인상설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년하례회에서 주류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파문이 일자 보건복지부에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죄악세 인상은 항상 가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소주와 위스키 세율을 72%에서 90%로 높이려다 반발 여론에 접어야했다. 이명박 정부도 2009년 주세율을 인상하려다 서민 증세 논란에 포기했었다.
우리나라는 국세 가운데 간접세 비율이 52%에 달한다. 미국은 간접세 비율이 10% 내외다. OECD 평균도 20%대인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높다. 조세편의주의가 아닐 수 없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려면 간접세보다 자본소득에 대한 세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조세체계를 바꿔야 한다. 호랑이보다 세금이 무서운 정치(苛政猛於虎)가 되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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