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대한민국의 오지네요. 인천공항에서 지하철타고 서울로, 서울서 익산까지 KTX 타고, 다시 전주로 직행버스 갈아타고, 버스터미널에서 시청까지 택시타고 정말 힘들게 왔어요. 제주도도 비행기 한번 타면 가는데…”
7년간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돌며 세계 오지지역을 탐방했던 한씨가 푸념처럼 건넨 말에 전북도민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뿐이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정권으로부터 소외와 차별, 홀대와 푸대접을 받아 온 전라북도가 여전히 이 같은 오명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함을 넘어 이제 분통이 치밀어 오른다.
지난 4일 도청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송하진 도지사가 토로한 ‘전라북도 변방론’은 이 같은 전북의 현주소를 적확히 대변했다.
외유내강에다 선비형인 송 지사는 평소 자신의 진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날 송 지사는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참 힘이 많이 든다. 새만금은 느려도 너무 느리고 공사를 시작한 지 25년이 됐는데도 방조제 막은 것 외에는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 호남 중에서도 전북은 변방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장·차관은 아니어도 좋으니 중앙정부 요직 국과장 자리에 전북 사람 몇 명만 있어도 좋겠다”
민선 도지사가 느끼는 전라북도의 암담한 현실 앞에 도민들은 더 절망적일 수 밖에 없다. 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 초기 조각에서 전북출신이 장관과 차관에서 모두 배제됨에 따라 전 도민의 공분을 샀다. 도민들의 분노와 반발이 거세지자 YS는 후속 개각 때 전북출신을 발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또 다시 전북 인사 홀대가 이어지고 있다. 8개월째 전북출신 장관 차관 한명 없다. 감사원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5대 권력기관장은 모두 영남출신이 독식하고 있다. 375조원의 국가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의 실세부서인 예산실에 19명의 과장 중 전북출신은 단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지사로서 오죽하면 정말 힘들다고 토파했을까. 송하진 도지사의 하소연은 200만 도민과 300만 출향 전북인들의 이구동성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전북의 민심과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