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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의 빗나간 언론정책

“기자 출신인 이낙연 전남지사도 기자실 가기가 싫다고 하더라.” 사석에서 이 지사가 털어놓은 이야기를 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가 연초 언론인 모임 행사에서 전한 말이다. 이 지사(63·전남 영광)는 동아일보 동경주재 특파원과 논설위원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16대부터 내리 4선을 했고 당 대변인과 원내대표,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이런 그도 ‘언론 기피증’이 있는 모양이다. 언론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아마 그런 속내를 내비쳤을 것이다. 언론의 주된 기능은 비판과 감시이다. 언론의 존재 이유이다.

 

언론의 존재이유를 잘 설명한 이는 월터 리프먼(1889∼1974)이다. 그는 자신의 책 ‘여론(Public Opinion)’에서 “언론은 국민에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려주고 의제를 설정하게 한다.”고 했다. 사실 청와대나 정당, 자치단체에서 일어나는 일을 국민이 다 알 수는 없다. 개개인이 탐색하거나, 단순하게 상상할 수도 있지만 이건 너무 위험하다. 누군가한테 보고 받는 것, 즉 언론매체로부터 전해 듣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인지 수단이다. 따라서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언론이 국민의 이름으로 정부와 자치단체, 정치집단 등 공적 영역을 비판하는 이유다. 40여년간 칼럼을 써온 리프먼은 1962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지금 익산시의 언론정책이 도마에 올라 있다. 시정(市政) 또는 박경철 익산시장의 행정행태에 대한 비판기사를 쓴 일부 언론에 대해 구독 거부와 보도자료 배포 금지, 고소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일보와 전북일보, 주간지인 소통신문 등이 대상이다. 박 시장은 작년 11월25일 식품클러스터 기공식 기자회견 때는 특정 신문기자를 겨냥해 “OOO기자, 저리 가. 촬영하지 말라.”고 호통치며 공무원들에게 제지를 명령하기도 했다. 보도자료 배포 중단과 관련해서는 이균형 전북기자협회 회장(CBS기자)이 강력히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지만 나아진 건 없다. 항소심을 앞두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뜻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박 시장에게 다시 리프먼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자신의 관점을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든 공적 관계를 개인적 방식으로 보기 때문에 끝없는 투쟁에 말려든다.” 그 관점이란 것이 비상식적이고, 보편타당성을 결여하면 세상이 시끄럽게 되는 이치다. ·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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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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