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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눈물의 우승' 단원고 여자 탁구부 '친구들 명복 빈 힘찬 스매싱'

전주서 전국 대회 / 17일 단체전 결승

▲ 세월호 1주기인 16일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전국탁구종별선구권대회 여고 단체전 준결승에서 단원고 이지은 선수가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후 주먹을 꽉 쥐고 있다. 추성수 기자

1년 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 2학년생들이 대참사를 당한다. 사고 다음날 이 학교 탁구부는 전국대회 여고 단체전에서 ‘눈물의 우승’을 거둔다. 그들이 1년만인 4월 16일 오후 2시 전주화산체육관에 섰다. 제61회 전국탁구종별선수권대회 여고 단체전 준결승전을 치르기 위해서다.

 

전날 익산 이일여고를 3-1로 누르고 4강에 진출한 단원고는 이날 서울 독산고를 만났다. 단식 2경기를 독산고와 나눠 가진 단원고는 복식에서 이겨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다시 단식 1경기를 내주면서 2-2가 됐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단원고의 이지은 선수가 상대를 3-0으로 누르며 3시간 40분간의 승부를 결정짓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단원고 오윤정 코치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날 단원고 탁구 선수들은 작년보다 더 단단하고 대견해진 모습이었다.

 

지난 해 단원고 탁구부에는 2학년생 3명이 포함됐지만 대회 출전으로 수학여행을 포기해 참사를 면한다. 세월호 소식을 듣고 충격과 슬픔에 빠진 단원고 선수들은 단식과 복식 결승전에서 맥없이 무너진다. 대회가 열린 당진체육관은 탁구공이 내는 소리 외에 정적만 감돌았다. 세월호 충격으로 그 누구도 응원을 할 수 없는 침묵의 대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은 마음을 다잡았다. “단체전 만큼은 시합에 집중해 슬퍼하는 학우들에게 우승컵을 안겨주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우승했고 시상식은 눈물바다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우승’ 소식은 비통에 빠진 학우들과 유가족은 물론 온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날 준결승에서 당시 2학년이었던 박세리와 김민정 선수는 졸업반인 3학년이 되어 1, 2학년 동생들을 이끌었다. 1년 전과 달리 파이팅이 넘쳤다. 오윤정 코치도 때론 조용하게 때론 큰 동작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특히 박세리는 단식과 복식 2경기를 따내며 승리를 견인했다. 선수들은 1년 전 오늘을 생각하면 다시 가슴이 먹먹해올 법 했지만 작년 이맘때도 그랬듯이 오늘도 열심히 해야 먼저 떠난 친구들이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라고 믿는 모습이었다. 선생님한테 ‘결과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세월호 1주를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각종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이날 전주화산체육관에서 단원고 여자탁구부가 보여준 파이팅은 전국의 어느 추모제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단원고 여자탁구부는 17일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상서고와 단체전 우승컵을 놓고 만난다. 세월호 피해자를 가슴 아파하는 전북도민들의 발걸음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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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yak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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