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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바이러스

더 바랄 것도 올라갈 데도 더 채울 것도 없는 상태가 진정한 행복이라고 한다

▲ 박희승 안양지원장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법관, 직원들과 함께 노인복지회관에 밥퍼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우리 법원은 매달 당번을 정해서 세 번째 주 화요일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간 적이 있었지만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약간은 의무감으로 봉사활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 퇴식구에서 식기를 반납 받아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식기를 놓고 가는 어르신들의 표정을 살필 수가 있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짓는 표정이 밝고 건강해 보였다. 오기를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고, 마음 한구석에는 나도 다른 사람에게 쓸모가 있다는 행복감과 사무실에서의 고민이 한꺼번에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서 내가 건넨 식기를 받아 수세미로 닦는 자원봉사 아줌마는 집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한다. 물론 육체적인 건강은 덤으로 따라온다고 한다. 손놀림이 어찌나 빠르던지 달인이 따로 없다. 이분들은 행복이 어떤 조건의 충족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살아갈 때 얻는 선물이라는 것을 몸소 깨닫고 있는 듯이 보였다. 배식이 끝난 후 행복한 표정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3월 넷째 주말에도 법원 직원들과 함께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에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대상은 미혼모가 버리는 아이들이나 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는 입학 전의 아동들이다.

 

처음에 입소할 때는 어린 나이임에도 세상에 대한 분노가 가득하다고 한다. 보호소 직원들의 체계적인 심리, 음악, 미술 치료 등을 거치면서 부드럽고 평온한 눈빛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머무는데 헤어질 때가 되면 정이 쌓여 눈물을 흘리기도 한단다. 사회적 지원이 많지 않아 보호소 직원들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마음이 아팠다.

 

우리 팀은 남녀로 구분하여 남자들은 주로 청소를 담당하고, 여자들은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밥 먹여주는 일을 했다.

 

처음엔 버려진 아이들을 만난다는 선입견에 심란한 마음으로 왔었으나, 보호소 직원들의 헌신 덕분에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바뀐 아이들을 보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직원들의 귀한 시간을 뺏어 마음 한구석이 미안했는데 오히려 열심히 봉사하면서 감동받는 모습을 보고나니 미안한 마음도 한결 덜어졌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먼 교수는 더 바랄 것도 없고, 더 올라갈 데도 없고, 더 채울 것도 없는 번성한 상태가 진정한 행복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긍정적 정서, 자발적으로 업무에 헌신하는 것, 타인과 함께하는 것, 자신보다 더 중요한 것에 소속되고 거기에 기여하는 것, 성취 그 자체가 좋아서 추구하는 것이라는 5가지의 행복공식을 제안했다. 이 이론이 기존의 많은 행복이론과 다른 점은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그 자체가 좋아서’하는 행위들을 행복의 조건으로 포함한 데 있다고 한다.

 

안양지원에 부임한지도 벌써 1년 2개월이 되었다.

 

주인의식을 갖고서 행복한 법원을 만들자고 취임하면서 강조했고, 본인이 행복해야 민원인이나 당사자도 편안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도 자기소개를 하거나 건배사를 할 때마다 행복이라는 단어의 사용빈도가 유난히 늘었고, 듣고 있노라면 마치 우리는 행복한가보다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한다. 마치 셀리그먼 교수의 긍정적인 정서를 몸소 실천하는 듯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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