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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보존하려는 이유

부안 계화도는 원래 섬이었다. 계화도가 육지와 한 몸이 된 것은 1963년부터 1968년 사이에 이루어진 계화도와 부안군 동진면을 잇는 방조제가 축조되면서부터다. 육속화((陸續化) 된 계화도의 환경은 빠르게 변했다. 섬을 지탱하고 있던 갯벌이 농경지가 되면서 주민들의 삶도 바뀌었다. 주민들은 갯벌에 나가 백합을 잡고 꼬막을 캐는 고된 노동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주민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었던 갯벌이 사라지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더러는 섬을 떠나고, 더러는 새로 생긴 땅위에 조성된 주택단지로 이주해 갯일 대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갯일은 확실히 고된 노동이었다. 물때에 맞추어 갯벌에 나가 잡은 백합을 부안 읍내까지 이고 지고 걸어 나가 보리쌀 됫박과 바꿔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주민들의 삶은 늘 궁핍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농사지을 땅을 얻으면 갯일보다 풍요로운 삶이 안겨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던 것은. 그러나 갯벌 때신 얻은 땅이 주민들에게 돌려준 것은 풍요로운 삶만은 아니었다.

 

갯벌의 가치에 다시 눈을 떴지만 그 많던 갯벌이 사라진 자리, 주민들의 상실감은 컸다. 사실 계화도 뿐 아니다. 그 이후로도 갯벌은 오랫동안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져 왔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이루어져온 간척사업이 그 증거다.

 

갯벌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 지금, 서남해안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서남해안 갯벌은 전북의 곰소만 갯벌, 전남 신안 다도해 갯벌, 여수와 순천 고흥 보성을 잇는 여자만 갯벌, 충남의 유부도 갯벌의 일대를 이른다. 3개의 광역단체와 8개의 시·군이 이 갯벌을 끼고 있다. 서남해안 갯벌은 이미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됐다. 정식 등재의 가능성이 큰 셈이다. 등재를 추진하는 기획단은 오는 2019년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목표다.

 

그런데 곰소만 갯벌은 과제가 있다. 곰소만의 한 부분을 잇고 있는 부안 지역 주민들이 사유재산권 침해를 우려해 세계유산 등재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부안의 지역사를 돌이켜보니 주민들의 입장이 이해된다. 짐작컨대 이미 수많은 갯벌을 잃어버린 부안 주민들에게는 ‘보존’이든 ‘개발’이든 모두 주민들의 삶으로부터 갯벌을 분리시키는 일이란 생각이 들것 같다. 갯벌의 가치를 지키는 일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일은 안타깝다. 개발에만 목매거나 보존만을 앞세워 무조건 규제해온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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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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