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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경에 전북의 맛을 심자

▲ 송병조 중국 중경 제2사범대 교수·중경시 여유국 고문
필자가 있는 중국 중경은 인천에서 4시간 이상 비행기로 날아가야 가야하는 곳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가 있던 곳으로, 한국과 정서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지리상으로는 먼 편에 속한다. 중경은 요즘 떠오르는 중국의 서부개발의 심장이며 남한 면적에 조금 못 미치는 8만2000㎢이고 인구는 3200만 명이다. 이곳은 북경 기준으로 서남방에 해당되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계절이 약 1개월쯤 앞서가는 것 같다.

 

이곳 대학생들에게도 한류바람은 무척 거세다. 인터넷에 나오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고, K-POP을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한국의 여느 대학생과도 다르지 않다. 한류가 1997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로 시작되었다는 게 정설인데 약 18년인 최근까지 ‘별에서 온 그대’ 신드롬으로 지속되는 것으로 보아 40대 미만의 중국인들에게는 대세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 중경은 한국인들의 발자취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필자가 어디 가서 한국인이라는 것을 이들이 알아차리는 경우에는 한국인이라는 사실하나 가지고도 희한하다는 것과 부러움에 눈길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우리의 김밥을 사려고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소주에다 삼겹살을 맛보려 애쓰는 중국인들을 보면 한류가 이들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목도한다. 또한 웬만한 의류나 화장품 가게·성형외과 병원 광고에서의 한글은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김수현·비·전지현이 길거리 광고판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어서 서울의 번화가로 착각하게 만든다.

 

최근 필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깝고 번화가인 중경시 남평에 한국 식품만 취급하는 곳이 생겨서 반가운 마음에 찾아갔다. 매장 안은 그야말로 중국인들로 인산인해였으며 한국인 지점장은 군산이 고향이라며 무척 반가워했다. 그는 청도에 있는 수입회사로 상해·심양등지에도 많은 매장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중경까지 왔다고 소개하며 앞으로 중경사람들 반응이 좋아서 20개 정도의 가게를 더 낼 계획이라고 했다.

 

진열대에는 부안 특산품인 김이 있어 감개무량했으나 대기업 외에는 더 이상의 전북 상품은 볼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해서 일주일 뒤에 다시 갔는데 무엇보다도 김치가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김치는 발효식품이다. 이쪽 중경을 비롯한 사천지방 사람들은 기후로 인해 매운맛이나 발효식품에 익숙하여 TV를 통해 본 김치를 아주 잘 먹는다.

 

전북엔 농촌진흥청·농업식품연구원 등 농업관련 공공기관이 혁신도시에 속속 입주하고 있어 연구인력이 풍부하며, 게다가 전주에서는 발효식품박람회를 매년 열고 있고 익산의 식품국가클러스터단지·순창 장류마을 등 식품 인프라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이들 지역에서 나는 김치·된장·고추장·홍삼 등 우리의 특산품을 중경을 비롯한 중국 서부에 보내면 어떨까? 요즘 웰빙 바람이 부는 이곳에 전주비빔밥이 따라온다면 금상첨화이다. 서울 등에 비교하여 마땅히 중국 관광객을 유인할만한 요소가 없는 전북은 다른 도시를 따라가서는 분명 어려울 것이므로 맛으로 승부를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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