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장을 맡은 소감을 전해주시죠.
“지난달 외국에 있을 때 전화로 제의를 받았습니다. 영광스럽기도 했지만 당혹감이 컸습니다.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복잡함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평소 영화팬의 입장에서 전주영화제에 지녔던 호감과 조용하면서도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전주라는 도시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추천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대중 정부 시절 40대에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너무 젊은 게 아니냐는 말이 많았습니다. 당시 영화계 신구세대간 갈등이나 스크린 쿼터 등의 현안이 있었지만 3년간 별탈없이 운영했고 이 점을 아직도 높게 평가하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지켜봤던 전주영화제는 어떠했습니까.
“영화제를 순위로 매길 수는 없지만 규모로만 보면 국내에서 2번째입니다. 독립·대안의 가치를 16년간 잘 지켜오며 고품질의 작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영화제에 출품하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독립·대안이라는 성격을 지니는데 그 안에서 가짜 대안영화가 아닌 진정한 가치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전주영화제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그 가치를 발굴·유지했고 심지어 제작도 하며 세계 영화제에 출품하면서 독립영화의 중심지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지난 4~5월 열린 전주영화제에는 집행위원으로 참여하셨는데 올해 총평을 하신다면요.
“올해도 프로그램은 굉장히 좋았습니다만 개막식의 경우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종합운동장으로 옮겨, ‘잘 될까’하는 마음에 조마조마했습니다. 예산의 한계 때문에 조금더 화려하고 떠들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영화의 거리’의 크고 작은 공터가 없어져 그 공간들이 주었던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되살리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전임자에 대한 평가와 비교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가 전주영화제에 표현하는 애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과장된 부분도 있고 큰 틀에서 보면 개선할 점이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와 소상하게 소통하는 노력입니다.”
-사무처장이 공석인 상태로 올 영화제를 치뤘습니다. 향후 프로그래머와의 업무 분장도 조직 내부의 현안입니다.
“올 영화제 때는 사무처장이 없어 3명의 프로그래머가 역할을 병행했지만 이는 한시적 상황이었습니다. 신임 사무처장의 인선이 끝나면 업무 이관을 통해 내년 영화제부터는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밍에 충실하고, 행정적인 업무 처리는 사무처장이 하도록 역할을 정립하겠습니다. 집행위원장은 창의적인 프로그래머과 다른 조직원을 감싸고 업무를 조정하는 사람인 만큼 상식적인 틀에서 차근차근 가는 사람과 앞서가는 사람을 중간에서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팀내, 팀간의 소통으로 시작해 사무국과 전주시, 시민으로 이를 확대하고, 여태까지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면 하나하나 극복하고 해결하겠습니다.”
- ‘이충직호(號)’가 만드는 영화제의 밑그림은 어떻습니까.
“전주영화제가 추구하던 방향성인 독립·대안이라는 가치를 유지하면서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좀더 활성화된 축제로서 문화복지적 가치를 창출하겠습니다. 세계적으로 50년 이상 된 영화제를 살펴보면 지역민이 ‘우리의 영화제다’라는 인식이 강해 시민이 자원봉사자로 나서고, 행사 기간 불편을 감수합니다. 전주에서도 시민이 어떻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을지를 찾겠습니다. 또한 규모가 아닌 특성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국내 영화가 국제영화제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와 발판이 되도록 배급 기능을 확대하겠습니다. 전주영화제를 지금보다 한 단계 올리고, 시민에게도 보탬이 되는 영화제를 만들겠습니다.”
●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후진 양성·영화 제작外 여러 영화제 활동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충북 보은 출신으로 학계에 몸담으며 제작은 물론 국내 여러 영화제의 운영에 대한 경험을 두루 쌓았다.
이번 달부터 3년간 임기를 수행할 이 집행위원장은 중앙대 연극영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프랑스 영상연출학교 ESRA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지난 1991년부터는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진을 양성했다.
1995년 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1996년 인권영화제 집행위원, 1997년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 2002~2005 제2기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2009년 제11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조직위원회 위원과 디지털시네마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으로 활동했다.
1994년 영화 ‘한 도시 이야기’의 연출을 시작으로 ‘여기보다 어딘가에’(2007), ‘독’(2009) 등의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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